경제시평

자산유동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5-07-15 13:00:02 게재

올해 경제성장률은 0%대 후반으로 전망되고 인구고령화와 낮은 합계출산율 등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를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외요인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8월 1일까지 유예되는 등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단지 마중물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경제성장률 제고 위해 모든 경제 부문에서 혁신 일어나야

필자가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2018년 국제금융교육기관(OECD/INFE)이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호텔 회의장에 가기 위해 건널목 앞에 잠시 서 있었는데 건널목 신호등의 빨간불에 숫자가 나오더니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보행자에게 숫자를 보여 주면서 무단횡단하지 말고 건널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닌가? 빨간불에도 이런 시스템을 구현해 보행자에게 더 많은 편리성을 제공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혁신이다.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금융에서 가장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자산의 유동화(증권화)이다.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산회전율 제고, 유통시장에서의 거래 활성화 등 실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거래비용을 줄이고 경제는 효율적인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의 잇점은 많은데 우선, 유동성이 낮은 보유자산을 매각(유통)할 수 있으므로 외부차입을 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금조달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산유동화증권이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하여 채권으로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이다. 원래 개별 주택담보대출은 수익성과 안전성은 높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유동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표적인 금융혁신 사례이다.

둘째, 자산유동화는 위험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데 보유자산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채 상환에 쓴다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셋째, 보유 우량채권을 유동화한다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도 자체 신용등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저신용 항공사의 여객매출채권 유동화는 자금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자산유동화시장이 보다 다양하고 깊이있게 발전한다면 통신요금채권, 민자도로의 수익채권, 방송콘텐츠 등 안정적인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어떤 자산도 유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산유동화는 실물 경제성장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금융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올 5월 한국은행은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 활성화가 소비 진작과 노인빈곤율 감소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자산(부동산) 유동화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자산유동화, 실물 경제성장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금융수단

물론 단점도 있다. 기초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한다면 자산유동화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면서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미국의 금융위기다. 따라서 자산유동화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산이 유동화되는 과정에서의 투명한 절차와 운영 및 관리감독은 필수적이다. 지금 금융당국과 기업들이 자산유동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