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MS 뛰어넘은 엔비디아의 질주
엔비디아가 미국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흥미롭게도 엔비디아의 창업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1992년 크로노스라는 미국 비영리 기술협력재단에서 오픈지엘(OpenGL)이라는 그래픽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발표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 API의 발표는 컴퓨터에서 3D 그래픽을 활용해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들과 이 그래픽 성능을 최고로 만들게 해 주는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업들 사이에 기술적 가교 역할을 하는 결정적 연결통로가 되었다.
크로노스의 주요 멤버들이 인텔,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같이 당시에 내로라하는 반도체 회사들인 것만 봐도 얼마나 이 기술이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MS와 애플은 이런 산업계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 그래픽 API를 만들었고 그 명맥은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총 4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MS는 1994년 다이렉트엑스(DirectX)라는 그래픽 API를 처음으로 시장에 소개했다. 이로써 원도우즈 플랫폼에 올라가는 모든 3D 응용프로그램은 이 API를 기반으로 만들 수 있었다. GPU칩을 만드는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는 OpenGL이나 DirectX API만 잘 가속할 수 있는 칩을 만들면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전세계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GPU 기술에 도전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도 당시 전세계 수백여개의 스타트업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1990년대 3D 응용프로그램이라는 촉망 받던 미래 신기술은 OpenGL과 DirectX의 연이은 출시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도전장이 되었다. 30여년을 훌쩍 뛰어 넘어 현재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에 접목해 보면 AI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의 현황과 미래상을 비교적 손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AI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강화되어 가고 그 영향으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가장 먼저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AI에서는 그래픽 API와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표준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AI 개발자들이 어떤 수학식을 쓰든 다 가속해 주는 혹은 최소한 다음세대 칩에서는 가장 빠르게 연산을 가속해 주는 솔루션을 내주는 엔비디아의 플랫폼이 계속 활용되는 것이다.
초거대 언어모델로 인간과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원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AI가 에이전트(Agent) AI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도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라는 AI와 예약 사이트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기술 때문이다. MCP는 이제 단순히 AI와 인터넷 서비스만을 연결하는 기술을 넘어서 Agent와 Agent를 연결하는 A2A 프로토콜로 발전해 가고 있다.
피지컬(Physical) AI 라고 하는 로봇 기술도 AI 슈퍼컴퓨터에서 만들어진 AI와 현실에서 사용될 로봇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결기술이다. 이 기술도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이 촉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전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Agent AI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 기술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기술 창업에서 어떤 부분에서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히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AI칩 스타트업,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엔비디아와 경쟁
과거 스토리를 단순히 보고 현재에 대입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된다. AI칩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30여년 전 GPU를 만드는 스타트업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생각하면 어려운 정도를 넘어서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 우리는 차분히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이런 방식의 경쟁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스마트한 경쟁 방식은 없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