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일협정 60주년과 무역질서 변화

2025-07-18 13:00:50 게재

지난 6월 22일은 한일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다. 한일협정은 1965년에 체결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수교’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된 경우는 일본이 유일하다. 한일협정은 민족주의적 반감이 작동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제발전 노선을 둘러싼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박정희 정부가 수출 노선을 본격적으로 채택한 것은 1964년이다. 수출중심 산업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했다.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상업 차관 3억달러로 총 8억달러를 받았다. 자금의 일부가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사용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65년 한일협정, 경제발전 노선을 둘러싼 충돌

한일협정을 반대하는 지식인 및 학생운동의 명분도 분명했다. 일본과 수교할 경우 ‘경제적 종속’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동했다. 다시 말해 한일협정 체결은 박정희 정부의 ‘수출중심 산업화’와 학생운동 및 재야의 ‘민족경제론’이라는 경제발전 노선의 충돌이었고, 세계관의 충돌이었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일본을 제치게 된다. 한국은 3만5563달러, 일본은 3만3849달러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식 통계로 한국은 21위, 일본은 22위로 발표된다. 1965년 한일협정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갈등을 고려하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는 다자간 무역질서를 무너뜨리고, 양자 간 파워게임으로 변동시키고 있다. 그게 ‘아메리칸 퍼스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자유무역 질서’를 미국이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에 특화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미국은 수출 1위와 2위 국가다. 미국은 ‘안보동맹을 무기로’ 경제적 압박을 하고 있고, 거꾸로 중국은 ‘경제를 무기로’ 안보적 압박을 하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 한가운데 있는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일까?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영국이 CPTPP에 추가로 가입했다. ‘태평양이 아닌’ 나라가 처음 가입한 경우다. 영국의 가입으로 회원국은 12개, 세계 GDP의 약 15% 규모를 가진 경제협정이 됐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없는' 국제 무역질서

CPTPP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없는’ 자유무역 협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CPTPP와의 ‘구조적 협력’을 제안했다. 미국에 의해 무력화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대체기구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CPTPP 추가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한국 가입은 일본이 반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대만 역시 한국처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대만은 수입품 전부를 통관 검사하는 조건으로 수입을 허용했다. 대만 역시 CPTPP 가입을 위해서였다.

2024년 기준 세계 GDP에서 미국은 약 25%, 중국은 약 17% 비중을 차지한다. 만일 CPTPP와 EU가 단일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그 규모는 세계경제에서 약 41% 비중이다.

한일협정 60주년,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