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군민양용 주력하는 일본 첨단산업

2025-07-21 13:00:04 게재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 등 세계정세의 긴장이 고조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에 유럽 아시아 각국은 서둘러 국방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2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8%에 도달했는데 미국의 압력으로 2027년까지 GDP 대비 2% 까지 인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정권은 이를 더 올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방비 부담 증가는 재정적자 확대, 복지지출 감축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경제가 1990년대 냉전종식에 따른 소위 ‘평화의 배당’이 소멸되고 일본도 군사비의 경제적 부담 증대를 감수해야 할 상황에서 각종 군사 장비의 자급률 제고뿐만 아니라 수출 산업화가 과제로 인식된다.

트럼프 압박에 국방비 증강 나선 일본 ‘방위산업기반강화법’도입

일본 군수산업은 오랫동안 수출이 금지되어 왔으며 물량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군수 분야에서도 첨단 성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이러한 민생 기술이나 사업의 강점을 군수 분야의 강점으로도 활용하는 군민양용(Dual use)에 주력하려는 방향이다. 일본의 소부장 강점과 함께 첨단 조선기술 양자암호기술 센서기술 등을 연계해 확충하면서 군수용과 민수용의 상호보완적인 발전에 주력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방위산업기반강화법’을 도입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설비투자 지원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방위 이노베이션 추진연구소’를 설립해 스타트업 대학 등과 연계한 선진기술의 연구 및 개발 체제를 강화했다. 그리고 방위성과 경제산업성이 공동으로 ‘방위 스타트업 추진회의’를 설립해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 육성책과 방위장비 육성책을 연계하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자위대의 장비 니즈와 벤처기업이 가진 민수용 기술을 매칭해 군수산업의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군수 분야 진출 사례로서는 생성형 AI나 특수 반도체, 전통 제조업 등 다양한 기술이 모색되고 있다.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디지털 레시피사는 올 3월에 방위장비청과 20억엔의 연구계약을 체결, 자사의 생성형 AI에 의한 SNS 분석기술을 적대국의 정보공작에 활용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 개발회사 엣지코틱스는 전력 소모를 1/3분로 억제한 AI 반도체를 개발, 로봇 드론 등에 탑재하면 장시간 가동이나 발 빠른 동작이 가능하고 초고온이나 초저온, 대량 방사선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미츠후지는 미세한 섬유 하나하나에 은을 도금하는 전도성 섬유를 개발해 자위대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리스트 밴드를 납품하고 있다.

한편 공장용 가공 전문 로봇 등에 강한 일본의 기계 산업은 고정밀로 각종 금속 가공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군수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듀얼 유스 잠재력이 크다. 일본 기계기업이 보유한 고정밀 가공 기술을 전투기나 전함용, 각종 무기 부품용 가공에도 활용 할 수 있으며 수출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이다.

첨단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염두에 둘 필요

국방 관련 산업은 일부 거대 기업만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이 분업하고 공동연구하는 산업생태계의 기반 위에서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산업이 지나치게 군수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 제조업이 쇠퇴한 바와 같이 비효율화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듀얼 유스 전략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중요하다. 국방 수요를 기초로 항공 우주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에서 차세대 고도 기술에 일찍 도전해 실험을 거듭하면서 민수용 시장도 공략하는 첨단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