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후폭풍 … 건강보험 올해부터 적자전환
의료정책 예산도 보험재정으로 충당
복지부 승인권 … 국회 통제 사각지대
국회 예정처 “기금화 통한 관리 필요”
의대 증원에 따른 비상진료대책과 의료개혁 재정투입으로 건강보험이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누적 준비금 소진시점은 3년 후인 2028년으로 예상된다. 예정보다 각각 1년, 2년씩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 하는 등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의대 증원 사태 이후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모두 고려할 경우 건강보험 적자전환 시점을 2026년에서 1년, 누적준비금 소진시점은 2030년에서 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 선언, 전공의 사직 등 의정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다. 지난해에만 비상진료 건강보험 수가 인상으로 1조5031억원이 들어갔고 수련병원 건강보험 선지급에 1조4843억원을 썼다. 모두 2조9874억원이 새롭게 투입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지원금(12조1658억원)을 제외한 재정수지는 10조44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2028년까지 5년간 ‘20조원+α’를 지원하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한예슬 예산분석관은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조성되는 공적 재원으로 원칙적으로 가입자 진료비 보장에 사용돼야 한다”며 “따라서 향후 보건복지부는 유사한 의료정책 추진시 국민건강보험 재정보다는 국가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예산 편성 시 예측하지 못한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에 필요한 경우에는 예비비를 활용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의 기금화를 제안했다. 한 분석관은 “4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달리 건강보험만 유일하게 기금 외로 운영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의 운용과 예산과 결산이 국회 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며 “2024년 비상진료체계 운영 및 선지급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도 보건복지부가 승인해 이뤄진 것으로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국가재정 외로 관리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며 2023 회계연도 결산 때에 ‘건강보험의 기금화 또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회 등 외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시정요구사항으로 의결한 바 있음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전국민 단일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지출 증가가 예상되며 이는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금의 경우 예산과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 자금을 운용하고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탄력성이 보장돼 단기적 변동성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기금화시 여타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매년 자산운영 체계, 자산운용 정책, 자산운용 위험 및 성과관리 등에 관한 기금운용평가를 통해 보다 엄밀한 재정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재정당국과 보건당국이 지출상한을 설정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