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가장 이상적인 AI의 발전 경로

2025-08-01 13:00:03 게재

인간의 뇌 구조와 작동방식을 모방해서 만든 인공 신경망 기반의 인공지능(AI)이 지난 10여 년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혁신의 결과 탄생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빅테크 기업들의 참여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달성하고 최근에는 인간 수준의 지능에 근접하고 있다.

금년 4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조사 대상 8개 분야 중 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AI가 인간 수준을 넘어섰다. 대표적으로 수학 벤치마크에서 최첨단 AI 모델은 인간보다 7.9%p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인간 수준에 못 미친 '멀티모달 이해와 추론' 벤치마크 분야에서도 AI와 인간지능의 격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급속 성장하는 AI의 경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 필요

인공일반지능(AGI) 시대로의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온 현시점은 AI의 발전 경로와 그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평가가 요구된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별성과 우열성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차별성 여부에 따른 일자리 대체 문제가 핵심 이슈일 것이다. 반대로 인공지능 수준이 인간지능을 크게 추월한다면 기대수준은 높아지지만 실존적 위협이 현실이 될 것이다.

지식 창출 방식을 기준으로 현실의 인공지능 발전 추이를 살펴보면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 유형은 기존 데이터를 집대성해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유형으로서 현재 성장세가 가장 큰 LLM 모델이 대표적 사례다. 개인들은 인지능력 한계로 접할 수 없었던 정보들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 유형은 지도학습을 기본으로 하는데 최근 강화학습을 접목하면서 맥락 이해와 추론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

제2유형은 보상모델을 도입한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 창출을 추구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제로 알파폴드 알파이볼브가 이에 해당한다.

제3유형은 다윈의 진화론에 착안해 만든 진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기존의 AI 모델들을 병합해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유도해 새로운 지식 창출을 도모한다. 진화모델의 선두주자는 '사카나 AI'로서 구글 출신의 연구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강화학습 모델과 진화 모델에 미래사회 성패 달려

세 유형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관계를 평가해보자. LLM 유형은 일반 인공지능이므로 그 영향력은 광범위하지만 기존 지식의 활용이 핵심이므로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고 우열성 측면의 우려도 없다. 다만 중간관리층은 대체 가능성이 크고 창의성과 의사결정의 비중이 큰 직무는 상호보완성이 커 AI-인간 협력이 보편화될 것이다.

제2, 제3유형은 독자적인 지식 창출이 핵심 기능이므로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경우 지능 면에서 인공지능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제2유형 강화학습 모델의 대표 사례인 구글의 알파폴드 모델은 난제에 해당하는 기반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혁신을 성취한 협소(narrow) AI로서 가장 이상적인 AI 발전상을 보여준다.

제3유형인 진화모델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따른 예측 불가한 모델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인 성격이 없지는 않다. 실제로는 저비용으로 중소기업도 활용할 수 있는 민주적 모델로서 긍정적 측면에서도 파괴력이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되는 양면성을 지닌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한다. 제1유형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제2, 제3유형이 협소 AI의 역할에 충실하여 세계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해 사회와 산업의 도약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