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1차 무역전쟁 이후의 관전포인트
미국과 주요국들의 무역협상이 타결됐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는 관세율 15%로 합의가 이뤄졌고, 트럼프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대미투자를 이끌어냈다. 인도에는 25% 관세가 확정됐고,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한 후 트럼프는 39% 관세를 때렸다. 브라질에 대해서는 작년 293억달러의 흑자를 내는 등 무역수지 역조가 없음에도 50%의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너무도 자의적이다.
관세협상 타결 이후 미국 경기둔화 우려 더 커져
아무튼 주요국들과의 무역협상이 마무리 됐음에도 지난주 말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은 관세타결 이후의 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세가지 걱정이 있는 듯하다. 먼저 미국 경기둔화 우려다. 관세 부과로 미국이 수입하는 상품 가격은 높아질 것이다. 자국에서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자국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한 미국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수입품을 소비해야 한다. 가격이 높아진 만큼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를 갖는 건 당연하다. 미국은 GDP의 70%를 민간소비가 차지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두번째 걱정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높아진 가격에 반응해 수요가 위축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이다. 동일한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관세 부과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면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이 가지는 세번째 걱정거리다.
시장의 우려는 과하다. 경기둔화에 대한 걱정과 인플레이션 재부각 및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조합은 양립하기 힘들다. 수요가 위축돼 경기가 둔화되는데 인플레이션이 생길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둔화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연준은 금년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공세가 관세 부과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부담이다. 달러가치의 인위적 절하, 교역 상대국들의 적극적 내수부양을 통한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 요구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큰 문제가 됐던 시기는 이번 포함 모두 네차례 있었다.
1970년대 닉슨행정부는 10%의 관세를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부과한데 이어 달러의 금태환을 전격적으로 중단하면서 달러가치의 인위적 약세를 유도했다. 또한 해외 주둔 미군의 축소를 매개로 한국과 서독 등 동맹국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1980년대 레이건행정부 때는 반덤핑을 명분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슈퍼 301조를 발동해 교역국을 압박했다.
또한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컸던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의 인위적 평가절상(달러 절하)을 강요했고, 한국과 대만 등 세컨티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들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버렸다. 1987년의 루브르 합의는 동맹국들의 내수부양을 통해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를 도모한 국제적 공조였다. 2000년대 부시행정부 때는 딱히 관세 부과나 인위적 통화가치 조정은 없었지만 미국은 당시에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가장 컸던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내수 부양을 요구했다.
약달러와 수입확대 요구 등 2라운드 전쟁 시작될 듯
무역전쟁 1라운드는 끝났지만 머잖은 시기에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다. 전반적인 방향은 약달러와 수입확대 요구 등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은 달러약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달러자산으로서의 수혜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받는 부담은 커질 것이다. 달러가치가 약해지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비달러자산 가격 상승은 실물경제와 괴리가 발생하는 ‘버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