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민간주도 창업정책 ‘팁스’가 성공하려면

2025-08-13 13:00:07 게재

우리의 중소기업 지원체계는 폭이 넓은 대신 깊이가 얇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정책공급자들이 정책수요자인 기업에게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결과다. 무수하게 많은 지원사업은 비교적 촘촘한 지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지원성과 도출과 기업성장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총예산 규모는 약 15조2000억원에 달하며,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와 지자체 예산을 포함하면 지원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러한 예산투입 규모에 비해 지원성과가 미흡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 지원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전문기관의 분석에 대한 반박할 논리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25년 2월까지 팁스 통해 2811개팀 지원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사업 중 외부평가가 호의적인 사업이 있다. 바로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다. 팁스는 민간이 유망한 기술창업기업에 선투자 후 정부에 추천하면 정부는 이를 심사·선정해 R&D 및 사업화를 연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3년 처음 도입된 이후 올해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5개 운영사를 선정해 15개 창업팀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25년 2월 현재 122개 팁스 운영사가 활동 중이다. 2025년 2월까지 팁스 프로그램을 통해 누적 2811개 창업팀을 지원했다.

국내 기술창업 지원사업 중 최초 민간주도의 사업으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팁스 프로그램은 정부지원금 대비 10.4배의 민간 후속 투자를 유치했으며 IPO에 도달한 기업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4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도 있다. 팁스 프로그램에 선택된 창업팀은 설립 후 약 2.2년 경과 시점에서 시드 투자를 받고, 이후 시리즈A 투자를 받기까지 1.2년, 시리즈B 투자까지 1.8년이 걸린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창업기업(예비창업자 포함)이 팁스에 선택된다면 민간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 지원 등을 받게 되어 창업 실패의 위험성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팁스의 성공요인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체계 구축, 기술이 아닌 시장으로 지원의 관점이 전환된 점, 기술창업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연계 지원체계가 구축된 점, 시드팁스-프리팁스-팁스-포스트팁스-스케일업팁스 등 정책 수요에 맞는 성장단계별 팁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2025년 지원예산 규모는 5900여억원에 이를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이 늘어난 만큼 팁스 운영사에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외부 평가를 통해 팁스 프로그램의 건전성과 운영사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사업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관리체계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성과가 미흡한 팁스운영사 퇴출건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팁스 운영성과에 대한 불신으로 흐르지 않도록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내부통제 및 성과분석에 대한 대내외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수도권 집중현상 여전 … 지역에 우선권 부여를

최근 들어 지역의 창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역 소재 팁스 운영사를 확대했으나 여전히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하다. 향후 추가 운영사 지정은 지역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지역창업 여건 개선 및 우수한 창업기업 발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 단독으로 운영사 참여가 어렵다면 전북특별자치도 경우처럼 수도권과의 공동 참여, 권역별 공동 운영사 선정 등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창업 인프라 개선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지역 금융기관, 지역 거점대학, 전문연구기관, 지역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 등과의 협업 및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김세종 성남혁신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