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잭슨홀 미팅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
8월의 최대 경제 이벤트인 잭슨홀 미팅이 21일부터 3일간 열린다. 미 연준(Fed)의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한적한 와이오밍주에서 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거물 경제학자 150여명이 민감한 경제이슈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서다.
시장의 관심사는 역시 파월 의장의 입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둔화라는 상충 상황에 어떤 정책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동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8년 임기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회의에서 파월 의장으로서는 유동성 파티냐 유동성 함정으로 가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다.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파월의 기조연설에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시장, 파월의 기조연설에 주목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고용은 둔화하고 있으나 소비를 보면 여전히 견고하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1%p 정도 웃도는 수준이다. 상호관세와 보호무역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만만치 않다. 향후 물가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연준의 기준금리도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3차례에 걸쳐 1%p 인하 후 4.5%를 유지 중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지난 6월 FOMC 회의의 점도표를 보면 올해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매파가 3월에 비해 3명 늘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기류가 확 달라진 게 7월 회의다. 연준 이사 중 2명이 동결에 반대한 것이다. 199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7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매파의 기세도 꺾였다. 시장의 관심도 잭슨홀 미팅 이후 나올 2단계 금리인하의 속도와 폭에 쏠려 있다. 경기침체를 막고 물가도 억제해야 할 연준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미국의 금리인하 주기를 보면 1990년대 이후에만 6차례다. 3차례는 경기침체 시기에 이루어졌다. 금리인하 기간과 폭도 컸다. 첫 인하폭을 0.5%p 로 가져가면서 2~3년 간 지속 인하한 게 특징이다.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에는 금리를 10~13 차례에 걸쳐 5%p 나 낮춘 사례도 있을 정도다. 나머지는 경기 하방압력을 막기 위한 선제적 인하였다. 이른바 고용 물가 생산 투자 등 4대 지표가 극도로 나빠지거나 외부충격에 대비하려는 조치였던 셈이다. 이 경우의 금리인하 주기는 비교적 짧은 게 특징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3~7개월에 걸쳐 0.25%p씩 3차례 정도 인하했다.
지난해 9월 시작했다가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중단한 이번 금리인하 주기도 이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변수는 이달 말에 발표되는 소비지출물가(PCE)와 9월 초의 비농업 취업자수다. 이게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 50bp 인하할 여지도 있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선제적 조치란 점에서 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낮추기도 힘들다. 향후 금리인하 여지도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립금리 목표 구간에 대해서도 연준별로 2.375%에서 3.75%로 제각각이다. 현재 연준의 컨센서스로 보면 올해 50~75bp와 내년에 50bp 내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올해 4분기 관세로 인한 경기침체가 오면 연준의 통화정책도 속도감 있게 집행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사는 달라질 글로벌 자금이동 방향이다. 금리인하 시 달러자산 수익률 하락과 함께 글로벌 자금이 여러 분야로 분산될 수 있단 판단에서다. 달러지수는 95~100 구간에 머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증시의 자금 흡인력이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으로서는 투자자금 이탈을 경계해야 할 처지다.
국내문제 몰입하다가는 예상못한 위기 맞을 수도
잭슨홀 미팅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도 매우 중요한 행사다. 최고기록을 경신 중인 가계대출 증가 문제나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등을 해결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미국 국채금리는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국채금리 변화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마련해야 미 국채시장 불안이 국내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증시 밸류업 등 지속적인 시장선진화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각국의 보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해야 할 주체는 정부 당국이다. 국내 문제와 과거사에만 몰입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경제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먹거리 확보에 집중할 때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