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물가지표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월 소비자물가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7%를 기록하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3.3% 상승했고, 전월 대비로도 2022년 6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인 0.9% 오르면서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정도는 덜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1%, 전월 대비 0.2% 상승했지만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두달 연속 오르며 공급 측면에서의 압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소비 단계의 수요 압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지만 생산 단계와 수입물가 경로에서 긴장이 누적되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 1400원을 넘나들며 수입물가 상승 압력
생산자물가가 시간에 걸쳐 소비자물가에 전가된다는 점, 소비자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 다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상황은 정책당국이나 투자자들에게 모두 불편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환율상승 압력이 추가됐다. 6월까지만 해도 13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환율은 8월 중순 이후 달러 강세에 따라 1400원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는 수입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상승과 이에 따른 잠재적 물가상승 압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혼재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과 한국은행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중립금리 이상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결론을 내기는 이르다. 이번 미국 생산자물가의 상방 압력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장기추세를 바꾸기보다 가격수준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린 요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환경이다. 내수회복이 충분치 않아 물가상승 압력이 상쇄되고 있고, 생산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서도 뚜렷한 상승압력을 찾기 어렵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달리 관세 영향이 직접적으로 물가에 전이되는 구조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한미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에 있어 초점은 인하 여부가 아니라 속도 조절이라고 봐야 한다. 연준은 현재의 실질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고 고용과 수요의 완만한 둔화가 진행되는 한 단기 비용 충격이 완화 신호를 압도하지 못한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방향은 완화로 정해져 있고 변수는 타이밍과 보폭인데 지금으로서는 연내 재개와 25bp 단위의 점진적 인하가 기본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역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연내 인하에 나설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가는 목표권 근처에 머물러 있고, 성장과 내수의 복원력은 제약적이며, 한국은행 스스로 판단하듯 금융여건도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인하 사이클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투자자나 정책당국이 가져야 할 자세는 신중함
물론 글로벌 물가환경이 다소 불안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관세와 관련된 충격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지금은 과거 1930년대 관세전쟁 당시와 완전히 다른 경제구조와 글로벌 정치 지형 하에 놓여 있고 이후 이러한 경험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물가급등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주요국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약속은 시간에 걸쳐 미국 내 공급 여력을 높여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나 정책당국이 지금 가져야 할 자세는 신중함이지 과도한 비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