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방기업 인력부족,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외교관 정치인 발명가 등 다양한 이력으로 유명하지만 절제 침묵 근검 등 13가지의 덕목을 주별로 실천하도록 한 플래너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의 시간관리 원칙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모범적인 일정관리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다이어리는 중요성과 시급성을 기준으로 모든 일을 4가지 부류로 나눠 대응할 것을 권한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당장 처리하고,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은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진전시켜야 한다. 시급하지만 중요치 않은 일은 남에 맡겨 부담을 줄이고,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도 시도해 봤는데 도중에 관뒀다.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일을 피하기도 어려웠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을 뒤로 미뤄둔 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개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해결하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만 당장 큰일 날만큼 급하지 않은 일들은 대부분 미뤄두고 잊어버린다. 문제는 언젠가 그 숙제가 눈앞으로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이자가 붙어서 그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 줄어들면서 지방소멸 가시화
20여년전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력 업무를 맡았던 적 있다. 현장 문제를 조사하면서 인력의 수급 불일치와 관련된 교육 훈련, 보상, 산업별 일자리 예측 등 무수한 이슈를 보게 되었다. 그중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공계 교과과정에 대한 산업계 참여, 교육과 취업의 연계 등을 내용으로 여러 부처와 대학,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했다.
그때 큰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어떤 해법도 없어서 방치했던 이슈가 있다. 바로 지방의 인력부족 문제다. 수원, 평택 등을 남방한계선으로 취업지망생들이 그 아래로는 가려 하지 않았다. 미혼의 직원들이 결혼문제 때문에 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장이 자기 차도 빌려주고 데이트 자금까지 대주면서 결혼을 주선하는 절박한 사례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답을 낼 수 없었다.
방치했던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커져 갔다. 사람의 이동을 억지로 막을 수 없는 이상, 제발로 들어오도록 교육, 생활편의 등의 정주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매력을 느낄만한 임금조건도 구비되어야 할텐데 우리 여건에서는 충분한 조건을 제시할 수 없었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활동 인구 비중이 줄고 있다.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 많은 곳에서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 수록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방으로 가려는 기업들도 줄어들고 있고, 지방의 일자리가 없어지니 취업 지망생들도 서울로 몰려드는 그래서 지방의 인구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그게 뭐 어떠냐고, 다 서울에서 살면 되지" 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국토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원이고, 그 자원이 모두 서울에 모여있지 않은 이상 각 지역의 유용한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지방 소멸을 방치하면 서울, 아니 나라가 유지되지 않는다.
우수한 외국 인력 대규모로 유치하는 이민정책의 대전환 필요
이젠 지방의 인력부족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새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정책인 RE100산단도 충분한 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생 에너지 100%의 전력을 낮은 가격에 공급받아 EU 등 선진국 시장의 기후규제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RE100산단은 기업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가용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대부분이 서남해안과 새만금, 전남지역 등에 편재되어 있고, 이 지역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RE100산단에 충분한 인력을 공급해주지 못한다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갈 수 있는 기업이 없다. 수출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에도 큰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인력이다. 우
우리 지방 기업들이 수도권 이상의 임금과 근무 조건을 제공할 수 없다면 이젠 상상의 한계를 넘는 극단적 대책도 필요하다. 우수한 외국 인력을 대규모로 유치하고 정착시켜서 지방을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부활시킨다면 우리 젊은이들도 지방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순혈주의의 비좁은 제약을 벗어나 젊은 피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민정책의 대전환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