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경쟁 치열

2025-08-28 13:00:02 게재

로봇 경쟁이 기술 선점에서 상용화를 통한 시장 선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기술 발전으로 로봇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중국이 서비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글로벌 AI 개발 경쟁이 AI 로봇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는 느낌이다.

애플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 위브로보틱스는 청소와 빨래 정리, 음식 서빙 등이 가능한 가정용 로봇 ‘아이작(Isacc)’을 1만달러(약 1400만원)라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연내 시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로봇도 이젠 빌려 쓰는 시대가 돼 중산층이 손쉽게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글로벌 AI 개발 경쟁, AI 로봇 경쟁으로 옮겨가

‘아이작’은 사람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정리하거나 티셔츠 개기, 반려동물 밥 챙기기, 커피나 와인의 서빙 등 다양한 가사를 수행할 수 있다.

중국 유니트리가 최근 내놓은 G1 로봇도 세차, 프라이팬 뒤집기 등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나 가격이 1만6000달러(약 2200만원)로 아이작보다 800만원가량 비싸다. 또한 작년에 테슬라가 로보택시 공개행사에서 선보인 칵테일을 따르고 춤을 추는 옵티머스의 출시 예정가는 2만~3만달러(약 2800만~4200만원)로 전망된다.

로봇 발전 속도는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까지 수행하는 로봇 생산이 가능해질 정도로 무척 빠르다.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선언한 중국의 한 업체는 인공 자궁을 이용해 임신부터 출산까지 가능한 세계 최초의 ‘로봇 엄마(임신 로봇)’를 1년 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로봇의 경제적 가치와 시장 규모를 예측하는 일이 어리석게 보일 정도다.

중국은 생성형 AI 딥시크 출시로 세계의 주목을 끌더니 이젠 드론에 이어 로봇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올들어 각종 로봇 관련 이벤트를 연이어 열고 있다. 4월 로봇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6월에 세계 최초의 로봇 전문 판매점을 선보였으며 7월 말에는 상하이에서 세계 인공지능(AI) 대회를 열고 글로벌 최초 제품 100종을 공개했다.

이어 8월에는 8일부터 닷새간 베이징에서 제10회 세계 로봇 콘퍼런스(WRC)를 열었고 14일부터 4일간은 미국·일본·독일 등 16개국에서 500여종의 로봇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세계 최초의 ‘로봇 올림픽’을 개최, 26개 종목의 경기를 치렀다. 이러한 움직임은 로봇 상용화를 통해 AI 경쟁의 판도를 바꿔보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한국은 산업현장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로봇 보유량이 2022년 기준 101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로봇 생산 분야에서 내실이 부실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모터 등 로봇의 핵심부품을 산업용 로봇 왕국인 일본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경쟁력 면에서 주요 국가 중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을 선호하는 것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세계 최저 수준인 현재의 출생률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노란봉투법의 최근 국회 통과로 제조인력을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로 대체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 쫓아가는 추격자 신세

글로벌 로봇산업은 재난·의료·군사·교육 등으로 활용영역이 확대되면서 해마다 2~3배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방·항공우주·서비스업 등에서 다양한 로봇 활용이 기대되며 1950년대에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같은 ‘노동력 절감형 기기’가 가정생활을 변화시켰듯이 이젠 가정용 로봇이 미래의 가정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차세대 신성장산업으로 부상한 로봇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을 쫓아가는 추격자 신세다. 국내에는 대형 로봇 기업이 없다. 다만 삼성·LG·현대 등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자회사를 확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시장의 대세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