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주식 양도과세 기준의 딜레마
7월 말 이재명정부 세제개편안의 일환으로 발표된 주식양도세 강화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과세 기준을 종목당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춘 당시 정부 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래서야 코스피 5000 가겠느냐’는 비난이 온라인상에는 넘쳐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화들짝 놀란 듯하다.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 코스피가 폭락하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현행 유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당정 간 최종 합의는 되지 않은 상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금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의 주식양도세 강화에 대한 여진 계속
정부 여당의 이런 태도는 주식양도세 강화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 수석도 이날 간담회에서 “해당 문제가 지지율과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런 식이라면 주식양도세 강화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에 동의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민주당내에서는 금투세 강행 주장도 있었지만 이재명 당시 대표는 작년 11월 초 끝내 폐지에 동의해줬다.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누가 봐도 동학개미 표심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성준 민주당 의원(전 정책위원회 의장)의 소신은 돋보인다. 그는 윤석열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차원에서도 주식양도세 기준을 10억원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과세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진 의원은 지난해 금투세 찬반 논란 당시에도 찬성파였다. 이런 소신 때문인지 진 의원은 동학개미의 ‘공적’이 된 상태. 심지어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는데, 주식 10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게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 한마디로 동학개미의 영웅이 됐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면 진 의원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양도세 과세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엔 양도세 과세 기준이 10억원이었음에도 코스피 지수가 3000 포인트를 넘겼다. 이런 시장 상황은 뭘 말해주는가. 주식시장은 신도 모른다고 하지만 적어도 과세 기준이 바뀐다고 해서 크게 출렁이는 구조는 아니라는 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 의원의 주장엔 빈 틈도 있다. 한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들고 있는 자산가의 전체 투자 자산은 최소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 주식 한 종목에 몰빵하는 자산가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슈퍼 개미들을 위해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야말로 비상식적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세정의 기본 원칙에는 부합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세정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 보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을 넓혀온 것도 이런 원칙 때문이었다.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 2016년엔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내렸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현재의 주식양도세를 합리적으로 개선한 금투세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놓고도 지키지 못했다. 이젠 주식양도세 과세 기준마저 박근혜정부 시절로 되돌리려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