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부동산 침체 부채로 돌려막기
중국 부동산 장기침체를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4년 전 헝다의 파산이다. 3000억달러 부도를 낸 헝다는 2년에 걸친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주 홍콩증시에서도 상장폐지된 상태다. 중국 부동산 절정기였던 2009년 헝다 신주를 배정받기 위해 46대 1의 경쟁을 벌였던 투자자들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헝다의 청산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동산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71개 부동산 기업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45개 기업(63.4%)이 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2년 이후 상장폐지된 부동산 업체만 27개사다. 상하이 증시에서 상폐된 곳이 14개고 홍콩도 13곳에 이른다. 헝다의 부도 이후에도 중국 부동산 기업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국 주택가격지수도 9개월 사이 하락 폭이 가장 컸을 정도다.
중국경제 30%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는 현재진행형
부동산은 중국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토지매매 수익은 지방 정부 재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가계도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여기기는 마찬가지다.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올해 7월까지 신규 주택 공급 면적은 전년 동기보다 약 20% 감소했다. 미분양 상업용 주택면적도 역대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공장이나 사무실 건물 등에 대한 고정자산 투자도 제자리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중산층의 자산도 크게 줄었다. 자동차 구매는 물론 외식조차 줄이면서 수출은 제외한 경기지표가 모두 나빠진 상태다. 7월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지난달의 증가율 4.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203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9억7385만㎡에 달했던 신규 상업용 주택 판매 면적이 2035년에는 5억8000만㎡로 40%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의 18억2000만㎡에 비교하면 1/3 토막 수준이다.
중국 정부도 부채에 시달리는 업계를 적극 지원 중이다. 도미노파산을 막기 위해서다. 대형 개발사인 완커의 부채는 3658억7000만위안 규모다. 최대 주주인 국영 선전 메트로를 통해 올해 9차례에 걸쳐 지원한 자금만 243억위안이다. 지원에도 완커의 상반기 손실은 119억4700만위안 늘었다. 1년 전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거시레버리지비율은 이미 300%를 돌파한지 오래다. 정부 기업 가계 등 실물경제 부분의 부채가 GDP의 3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중국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서 발표한 2분기 부채율을 보면 미국보다도 높다. 채무증가속도가 명목 GDP 증가속도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3.9%로 실질 GDP 성장률 5.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9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GDP디플레이터 영향이다. 한마디로 부채를 늘려 투자를 해도 GDP 성장률을 올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중국 가계의 2분기 부채율은 61.1%다. 1분기보다도 0.4%p나 하락한 상태다. 소비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신호다. 상반기 중국 국세 수입도 9조2915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1.2% 줄었다. 내수경기와 고용창출 등과 밀접한 건설 부동산이 무너진 결과다.
경기 부양하는 것보다 성장의 주체인 기업 도와주는 일 더 중요
중국 부동산 위기는 부채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건설과 부동산 생태계를 보전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어서다. 정부의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2029년 1788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지출 증가율(5.5%)이 재정수입 증가율(4.3%)을 웃돌면 재정수지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매년 100조원 이상씩 부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성장의 주체인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