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연준 장악 시도에 대한 우려
금융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앙은행 역사다. 중앙은행은 반복되는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지혜를 모아 만든 금융의 중추기관이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독일연방은행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 이유는 통화가치 안정을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하고 나아가 견실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기조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연준에서 말이다.
연준의 독립성 흔드는 이유, 경기부양과 국채발행비용 절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유를 알려면 먼저 트럼프 2기의 두 가지 경제정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가 관세부과다. 현재 미국은 제조업이 매우 취약해서 중산층이 점차 쇠락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를 지렛대 삼아 리쇼어링을 포함한 해외자본을 미국에 유치해 제조업 부활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다. 그런데 감세는 당장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부족한 세수를 관세수입 및 저리의 국채 발행으로 보전하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과 국채발행비용 절감을 위해 취임후 노골적으로 연준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월 2.3%에서 7월 2.7%로 상승한 데다 관세부과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7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자 이제는 아예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연준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곳은 FOMC라는 회의체인데 연준이사 7명, 지역연준 총재 12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12명(연준이사 7명, 뉴욕연준 총재 및 지역연준 총재 4명)은 금리 결정에 관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지역연준 총재 7명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연준이사의 임기는 14년으로 임기중 투표권을 행사하는 반면 투표권이 있는 지역연준 총재는 1년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연준이사회의 장악은 FOMC에 확실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연준의장인 파월에 대해 노골적인 사퇴 압력을 가했다. 사실 파월은 트럼프 1기 때에 자넷 옐런 후임으로 연준의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출범 후 연준이 금리를 제때 내리지 않는다고 파월 해임을 계속 거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다른 연준이사인 쿠글러는 7월 30일 FOMC 회의에서 금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석연치 않게 사임의사를 밝혔다. 쿠글러 후임으로는 친트럼프 인사인 스티브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된 상태다. 최근에는 또 다른 연준이사인 리사 쿡이 이사 취임전 거래한 모기지에서 사기 의혹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연준이사 해임을 전격 단행했고 리사 쿡은 이에 불복해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법정공방이 불가피하다. 그가 원하는 그림대로 7명의 연준이사 중 4명을 본인의 사람으로 채우게 되면 사실상 연준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연준의 독립성 침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심각한 위험 초래 우려
연준에 대한 노골적인 독립성 침해 행위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면서 8월 중 미달러화가 1.7% 하락하고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도 장단기금리차(10년-2년)는 오히려 20bp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행위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우리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