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이재명정부의 소통과 결단
이재명정부는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를 유튜브 등을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시도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국정 지지율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대화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변화를 꿈꾸면서도 그러한 변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늦추지 않는 집념이 느껴진다.
재정부족을 예산낭비 때문으로 인식하는 국민여론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심각한 재정부족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참여연대의 여론조사(8월 29일-31일 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74.2%가 ‘재정부족이 심각하다’고 대답했고, ‘심각하지 않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그런데 심각한 재정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고, 문제해결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필요하다. 재정전문가가 꼽는 재정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예산 증가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여론은 ‘예산낭비’를 재정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응답자의 41.9%가 ‘예산낭비 때문에 국가재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재정전문가와 같이 ‘복지예산 증가’라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재정부족의 원인을 예산낭비로 파악하고 있는 국민은 예산 삭감이나 축소를 통해 이러한 예산낭비를 방지해야 재정부족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재정전문가는 이러한 예산 삭감이나 축소만으로는 현재의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금부담을 늘리거나 국가부채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밭에 뿌려야 한다’는 말처럼 국가부채를 확대해서라도 재정부족 문제를 개선해야만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문제는 국민 공감 없이는 세금부담 증가 또는 국가부채 확대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예산낭비를 통해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이 새나가는 예산을 내버려두고 세금을 인상하거나 국가부채를 늘리면 민심은 이반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민이 직접 예산안을 재검토하고 축소·폐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 참여형 예산 재검토’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은퇴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를 위해 특정 단체를 통해 필요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 예산을 배정하거나, 과거 정권에서 무리한 건설공사 등을 통해 권력층과 가까운 기업에게 예산을 몰아주거나, 특권층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거나 또는 소수의 기업만 혜택을 받고 있는 불합리한 조세감면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척결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증세를 위한 결단 필요
재정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은 다원적인 소통만으로는 궁극적인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국가성장이 저성장 고착화돼있고,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복지예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증세를 통해 본질적인 재정부족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통의 노력과 비례하는 또는 그 이상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