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한민국, 경쟁력 회복이 문제다
세계는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불확실성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총체적으로 바꿀 전망이지만 그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 위기가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지만 예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중 전략경쟁과 관세전쟁, 시장위축과 경제불안 등 지정학적 상황도 예측 불허의 안개 속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초불확실성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초긴장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의 대전환 시대 맞아
기업들이 과거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호소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해법은 정확한 상황인식이 무엇보다 먼저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를 잘 극복해온 나라이니 이번에도 잘 극복할거라는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다.
재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이다. 구조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이 근간이고 수출의 거의 90%를 담당하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고용과 혁신의 원천인 제조업 재무장에 주력하면서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답보 내지 퇴보하고 있는 우리 제조업 경쟁력의 회복은 국가적 최우선 과제다. 대표적 제조업 경쟁력 지표인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제조업 경쟁력지수(CIP)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1990년 세계 16위에서 2010년 4위로 수직 상승한 이후 2018년 3위로 정점을 찍고 현재 4위 수준으로 후퇴해 답보 중이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면 경쟁하고 있는 중국 대비 경쟁력 열세로 우리 제조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중 전략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방산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우리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있으나 여기에 기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중국은 자국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어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누를수록 더 강해지는 측면도 있다. 이 ‘대국굴기’가 성공하기 전에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살려 우리 제조업 경쟁력 회복에 국가적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이제 제조업은 끝났고 서비스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위험한 발상이다. 서비스업 육성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나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제조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주력하는 제조업 부흥 정책이 우리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 세계 최강의 제조업 국가였던 미국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제조업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고 정보통신 금융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한 ‘신경제’ 정책으로 한때 성공을 거두었으나 결국 중국 제조업의 급부상을 초래해 미국의 세계 패권이 위협받으며 다시 제조업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제조업 기반을 다시 재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제조업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제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집약적인 첨단제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AI 대전환을 통한 생산성 제고 및 제품·서비스 혁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인재양성 등 핵심 정책이 중요하나 돈 안 들고 가장 쉬운 규제혁신이 급선무다. 오히려 최근 기업을 옥죄는 노동 환경 등 각종 규제가 늘어나며 역행하고 있는 건 재고되어야 한다. 기업이 망하거나 규제를 피해 해외로 떠나며 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돌이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