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식재산처, 통합 IP 전략으로 가야

2025-09-16 13:00:00 게재

이재명정부는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위상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지식재산(IP) 정책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일 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현재 특허청의 조직과 마인드는 지식재산처라는 위상에 부합할 수 있는가?

1949년 설립된 특허청은 지난 70여년간 특허 중심의 인력·정책·문화로 운영돼 왔다. 이는 제조업 중심 성장기에 성과를 냈지만 오늘날에는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허에 치중한 관성은 디자인과 상표를 주변으로 밀어냈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처럼 특허·디자인·상표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IP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특허 중심 관성과 글로벌 동향과의 괴리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통합적 전략을 일반화했다. 애플은 기술 특허와 디자인을 결합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나이키는 상표와 브랜드 자산을 수익화하며, 구글과 바이오기업들은 IP 포트폴리오를 투자와 시장진입 전략으로 활용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개별 권리확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조직적 마인드의 한계를 보여준다.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이 실질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특허 중심의 사고를 넘어 통합적 활용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식재산은 단순한 권리등록이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자산이다. 스타트업이 초기 아이디어를 특허·디자인·상표로 묶어 투자유치를 이끌고, 소상공인이 브랜드를 지켜 성장하며, 크리에이터가 저작권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모두 IP가 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례다.

지식재산처는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산업현장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반도체·AI·바이오·콘텐츠 같은 전략산업은 물론 AI+바이오, 에너지+소재, 콘텐츠+IT와 같은 융복합 신산업을 예측·지원하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산업별 전담 조직과 유연한 정책역량 없이는 승격의 효과를 살릴 수 없다. 조직의 변신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지식재산 인력은 변리사나 법조인, 기술전문가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전략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산업 전문가, 경영 전문가, 디자인·브랜드 경험자가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IP가 단순한 권리보호를 넘어 시장진입 투자 수익화 전략과 연결될 수 있다. 외부전문가를 유연하게 영입할 수 있는 개방적 인사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초·중·고부터 대학, 기업 교육은 특허제도와 권리확보 절차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지식재산은 이제 무형자산의 가치와 수익화 전략을 다루는 핵심수단이 된 지 오래다. 청소년에게는 창의활동을 보호하는 권리이자 기회로, 대학과 기업에는 비즈니스 전략과 연결된 자산관리로 교육이 설계되어야 한다.

국민 인식이 바뀔 때 지식재산 정책도 산업현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지식재산은 더 이상 특정 발명가들만의 권리가 아니다.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청소년 창작자까지 누구나 IP를 만들고 활용한다. 지식재산이 국민생활에 밀착된 자산으로 자리잡을 때 사회 전체의 혁신역량이 강화된다.

통합적 IP 전략을 실행하는 컨트롤타워로 변신하라는 요구

결국 지식재산처 승격은 단순한 간판교체가 아니다. 이는 특허 중심의 관성을 넘어 디자인과 상표와의 균형을 확보하고, 산업과 신산업의 전략과 결합해 통합적 IP 전략을 실행하는 컨트롤타워로 변신하라는 요구다.

특허 중심에서 통합 지식재산 행정으로, 권리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통 산업 중심에서 신산업 중심 전략으로 전환될 때 지식재산처 승격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첨단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