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어떻게

2025-09-17 13:00:31 게재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화두로 많은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 유관 기관들이 글로벌 진출 기회를 모색한 후 공고를 통해 기업들을 모집, 심사 후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서 해외 출장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이며 이 과정에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수상하는 혁신상이 사실은 CES 주최측에 많은 기여금을 내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글로벌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 이런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성이라는데 있다.

스타트업 지속적 지원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진출은 사실 일상적, 지속적이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 스타트업 (엔비디아가 20여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 에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서 비지니스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도 이벤트성을 극복하고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거나 결과를 내는 기업들에게 조세 인센티브 및 재정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실 기업간의 경쟁관점에서 보면 빅테크 같은 대기업들이 다양한 공급망 및 협력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다양한 플랫폼을 개방 운영한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구글+,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 등이 이런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신생 스타트업들은 이런 플랫폼을 처음에는 활용한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을 만들어 간다. 다음 단계는 이 플랫폼이 더욱 잘 활용될 수 있게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내거나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 등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업이다.

보통 이정도 수준이 되면 그런 회사들은 빅테크들의 파트너 지위를 부여 받고 빅테크 기업들의 웹사이트나 중요 이벤트에 주요 파트너로 소개된다. 한국에 있는 아마존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의 MSP (Managed Service Provider) 들이 이 수준 정도의 기업들이다.

기업이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종국에는 빅테크와 경쟁하는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즉 활용, 기여, 경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냉정하게 한국 기업의 현실을 보면 스타트업들은 빅테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준이고 대기업들은 협력하는 수준이며 그 분야도 하드웨어로 한정되어 있다. 삼성이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여부가 관심사라는 것이 이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기업 없어

한국은 아직 글로벌 빅테크와 제대로 경쟁하는 기업이 없다고 보는 게 냉정한 평가일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은 바로 이런 활용, 협력을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활동들이 공모, 단기간의 평가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사항을 알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서비스의 활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 분야에서 빅테크와 협력을 통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GitHub, Hugging Face, NVIDIA Developer 등의 AI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해 왔는지 등에 대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성과가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보상을 하는 사업을 만들면 된다.

한국이 국가 사업으로 이런 일을 한다면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 기꺼이 협조할 것이다. 이런 식의 국가 사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 위주의 선별과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연결될 것이다.

차정훈 전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