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코스피 3400 돌파’가 의미하는 것

2025-09-18 13:00:03 게재

코스피가 ‘불장’이다. 9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3449포인트를 돌파했다. 11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전, 코스피 역대 최고점은 2021년 7월 6일에 달성했던 3305포인트였다. 코스피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재명정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선이 있기 하루 전인 6월 2일 코스피 종가는 2698포인트였다. 9월 17일 코스피 종가를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751포인트가 올랐다. 증가율은 무려 27.8%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코스피는 왜 오르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책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주식양도세와 관련된 대주주 대상자 확대를 철회한게 가장 주효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려 했는데 이번에 철회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입법 움직임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의 실적 개선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 급상승 요인, 거버넌스 개혁 & 주주환원 강화 등 정책 기대감

기획재정부는 7월 3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다음날 코스피는 ‘폭락’했다. 3245포인트에서 311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언론은 이를 ‘검은 금요일’로 표현했다. 그간의 논란을 고려할 때 ‘코스피 3400 돌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첫째,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과 주가의 관계다. 세수확보파와 코스피5000 강조파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세수확보파의 대표격인 국회의원은 “10억원으로 낮춰도 주식시장 안 무너진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세법 개정으로 인해 코스피는 ‘대폭락’ 수준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추가 상승’도 저지됐다. 검은 금요일 당일에 126포인트 폭락했고, 이후 한달간 3100~3200포인트 사이를 횡보했다. ‘코스피 5000 전략’이 아직 유효하다면, 세법 개정은 정책적 미스였다.

둘째,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거버넌스’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경제의 펀드멘탈(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원인에 대한 견해는 둘로 갈린다. 하나는 북한 위협 등 지정학적 요인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대주주 전횡 등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재명정부 이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거버넌스 개혁’이다. 1차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했다. 2차 상법 개정은 집중투표제를 강화했다. 둘 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내용이었다.

코스피 5000 전략, 이재명정부에도 좋지만 자본시장선진화 진전될 것

셋째, 주가상승에서 ‘주주 환원’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주가상승은 ‘기업 실적’으로 가능하다며 거버넌스 개혁을 폄훼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그럴까?

자본시장연구원은 주가 상승의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45개국 3만2428개 상장기업의 PBR(주가순자산 비율)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실증 분석했다. ①주주 환원 37%, ②재무적 특성 36%, ③거시경제 13% 순이었다. 셋의 합계는 86%다. ‘주주 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해당된다. 재무적 특성은 ‘영업실적’을 의미한다. 거시경제는 금리인하 등으로 인한 유동성 공급이 대표적이다. 주가상승 요인으로 영업실적도 약 1/3을 설명하지만, 주주 환원도 약 1/3을 설명한다.

주주 환원은 그 자체로 주가상승에 기여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법, 25% 세율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가로 추진할 경우 ‘코스피 4000 돌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코스피 5000 전략은 이재명정부에도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