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탈헤게모니 시대, 인재가 답이다

2025-09-23 13:00:02 게재

역사는 기술패권전쟁도 부족해 탈헤게모니적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작동되었던 미국의 헤게모니는 달러 중심 금융체제와 세계 최강 군사력의 물리적 힘과 함께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제도적 장치, 그리고 민주주의 인권 자유주의 합리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가지고 행해졌다. 하지만 요즘의 트럼프주의는 기존의 헤게모니즘과 다르다.

트럼프주의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슬로건 하에 대외개입을 최소화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면서 동맹국 기업들에게 미국 내 대규모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강요뿐만 아니라 동맹국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을 미국정부 설정 펀드에 현금을 투입하라는 국가주의·보호주의가 강하다. 둘째, 국제적 지지보다 반이민과 국내 유권자 결집(특히 백인 중·하층 보수층)을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동시에 이를 외교정책으로도 활용하는 국내동원정치를 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자유무역·다자주의·리버럴 국제질서를 ‘미국의 손해’로 간주하는 반(反)엘리트·반(反)글로벌주의를 취하고 있다. 넷째, 협력·합의보다는 관세, 제재, 군사력 과시, 동맹에게 방위비 증대 등 직접적 압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의 정치(power politics)를 구사하고 있다. 다섯째, UN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WTO 같은 국제기구·동맹을 불신하고, 다자가 아닌 양자적 협상이나 직접거래를 선호하는 탈다자주의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주의가 가져온 글로벌혁신체계 변화

하지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미국의 트럼프주의가 글로벌혁신체계(GIS, global innovation system)를 격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러한 트럼프주의로 인해 본격적으로 GIS 대격변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 규칙·질서의 약화, 기술봉쇄 강화, 보조금 지급 경쟁 격화, 공급망 블록화로 인해 GIS의 분절화·분권화·지역화 심화로 전 세계적 비효율과 비용상승이 초래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가 관세와 미국시장의 구매력을 매개로 해서 동맹국들에게 대미 대규모 직접투자 강요함에 따라서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대기업들의 기술역량(투자능력 생산능력 혁신능력 네트워킹능력)이 미국으로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도 대규모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국내혁신생태계가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이 대미투자펀드 조성(한국의 경우 3500억달러 투입)을 요구하고 있어 이 돈을 조달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특수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일반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소화부진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져서 국내 산업계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인재 유치·활용에 초점 맞춘 전략 필요

우리는 탈헤게모니적 패권주의 시대에 새로운 국가혁신체계(NIS) 구축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전략은 사람, 즉 인재유치·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국가전략기술분야별로 전 세계에서 특히 인도 중국의 외국인 인재들(예컨대 1년에 1000명 정도로 10년간 추진)을 대규모로 한국에 유치하는 동시에 이중 상당수를 한국국적으로 만들어서 국가기술대표선수로 활용·한국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획기적인 비자정책, 인재 유치정책, 이들에게 첨단기술 연구개발 분야 일자리 제공정책, 인건비·세제 지원정책, 가족까지 포함한 국내 정주·생활 지원정책 등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리더십 하에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조속히 범부처적 종합계획을 수립·발표·시행해야 한다.

조현대 기술경영경제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