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 경제혁신을

2025-09-26 13:00:01 게재

네덜란드 필립스 형제가 1891년에 설립한 필립스(Philips N. V.)란 회사의 경영모토 변천과정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1980년대의 경영모토는 ‘필립스가 당신을 위해 발명한다(Philips Invent for You)’였다. 거만한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보인다. 경영성과는 좋지 않았다. 1990년대의 경영모토는 ‘함께 더 좋게 만들어가요(Let’s Make Things Better)’로 바뀐다.

아직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깔려있다. 방대한 조직(60여개의 사업부와 29만 명의 종업원)에 크나큰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2000년대의 경영모토는 ‘감각과 단순함(Sense and Simplicity)’으로 바뀌게 된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의 전환이다. 시장과 고객의 움직임을 느끼고 반응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으로의 전환이다. 결과는 좋았다.

전세계적인 수요자 중심의 사고 전환

전세계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사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주민센터에 가보면 옛날의 관료적 행태가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요자 즉 국민의 관점에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경영의 세계에서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담긴 4-P전략이 수요자 중심의 4-C전략으로 바뀌는 추세다. 4-P란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 유통경로(place)를 말한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전략이다. 4-C전략이란 고객의 가치(customer value),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customer cost), 고객 편의(convenience), 고객과의 소통(communication)을 말하며 수요자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전략이다.

고객의 욕구는 빠르게 변하고 다양해지며 변덕스럽고 고도화 되어가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가 없으면 실체를 알 수 없다. 소비자 또는 국민의힘이 커지고 있는데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식정보화사회의 발달로 소비자는 여러가지 서비스나 상품을 다양하게 평가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있다. 한류주역들의 성공의 원인 중의 하나는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의 전략을 실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요자인 팬들과 꾸준하게 소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최우선이다.

한국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의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1%에서 0.8%로 하향조정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낮은 숫자다. 지난 정부 지도자의 경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 정치적 불안정성에 더해 글로벌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 혁신의 길을 가야한다. 지금은 적자생존을 넘어 혁자생존의 시대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수요자 중심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바른 인식이란 생각이 든다.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이나 기업들은 모두 수요자들이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의 바탕을 가져야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혁신정책이 나올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중산서민들을 위해서도 혁신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이재명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

국가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지도자들이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으면 부정부패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국가의 불행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이재명정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수요자 중심 사고의 바탕위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국제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중산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

이 길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부패와 국가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조직이나 사람들을 제외한 진정한 보수와 진보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나 집단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 6대 강국 선진국 대한민국을 상생의 경제로 만들어 가야 한다.

최원락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