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의 진짜 속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나라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보면 전세계 매장량 1억3000만톤 중에 34%가 중국 몫이다. 세계 희토류 연간 생산량 30만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인 21만 톤 규모다. 광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화합물로 변환하는 제련 공정과 합금 제조 가공 단계의 중국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희토류 수출이나 소비량 측면에서도 중국 영향력은 크다. 중국세관 통계를 보면 8월 희토류 수출량은 5791톤 규모다. 1년 전보다 22.6%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4만435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늘어난 상태다. 희토류 수출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5%에 이른다.
중국, 희토류 무기화 유혹 떨치기 힘든 구조
중국으로서는 희토류 무기화 유혹을 떨치기 힘든 구조다. 지난 9일의 희토류 채굴과 제련은 물론 자석 소재 제조나 재활용 관련 기술에 대한 금수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14나노 이하 반도체 칩에 사용할 경우 사례별 승인을 요구하는 것도 외국 기업의 희토류 생산이나 공급망확보를 억제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의료기기 소재인 중희토류 원소 5종과 전기자동차(EV)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흑연 수출은 내달 8일부터 규제하기로 했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예정된 미중 정상회의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을 완화해온 과거의 접근방법과는 다른 셈법이다.
정상회담 때 미국산 대두 수입을 압박하려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황한 모습이다. 수출통제에 대한 사전 통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중국 수입상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현재 미국의 중국산 제품 평균 관세율 57%를 고려하면 무역 봉쇄조치에 가깝다. 올해 초 트럼프행정부의 무역분쟁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의 관세율 140%보다도 높다.
중국은 미국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33%로 유지할 태세다. 지난 2월 4일 이후 양국은 5차례에 걸친 관세보복전을 펼쳤지만 얻은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추가 보복으로 양국정상 회담마저 무산될 경우 받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를 무기로 미국의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향후 광물 등 핵심 원의 공급망 교란과 함께 무역전쟁의 재점화 가능성은 여전하다. 액정 디스플레이(LCD)와 위장약 원료인 비스무트(Bi)에 사용되는 정련 금속 등의 경우 중국 점유율은 70% 내외다.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무기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브라질은 니오붐(Nb) 생산의 91%를 독점 중이고 칠레는 태양광 전지에 사용되는 요오드(I) 생산량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수출을 중단했다.
도시광산에서 희토류 채굴하려는 일본을 보라
미중 간 공급망 분쟁과 무역갈등은 세계경제에도 악재다. 지난 주말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S&P 500지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미중갈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희토류 등 첨단산업 핵심자원의 경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폐자원을 활용한 희토류 수급 안정화 정책에도 소극적이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에 묻혀 있는 자원은 도시광산에서도 채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도시광산에서 원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정부도 미중갈등을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