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단체장들 줄줄이 사법리스크

2025-10-21 13:00:16 게재

뇌물수수·선거법위반 등 혐의

도덕성 ‘추락’ 지역정가 ‘술렁’

내년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전국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줄줄이 검·경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일부 단체장들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직 단체장들이 뇌물수수·선거법 위반 등으로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하자 지역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내년 단체장 선거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1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현직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잇따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거나 입건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 조사 마친 김영환 지사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19일 오후 충북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주 연합뉴스

광역단체장 중에선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9일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1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지사는 조사를 마친 뒤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여러 의문점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과 6월 미국과 일본 출장길에 오르기 전 여비 명목으로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11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이를 부인해왔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시절 현직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소환됐다. 20일 행정안전위원회 인천시 국감에서도 유 시장은 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인천시가 불법 선거운동 의혹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고 공무원들이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한 건 공직사회의 정치적 중립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성회·신정훈 의원은 유 시장을 향해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에선 기초단체장들이 줄줄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최근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사업 비리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안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성명을 내고 이 시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 시장은 입장문을 내 “뇌물수수 등 제기된 의혹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복합문화공간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15일 경찰이 하 시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하 시장은 자신이 소유한 상가 건물의 관리비를 타인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하 시장은 “채무 관계 등을 해소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선거구민 모임에 참석해 점심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경기도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고 김성제 의왕시장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의왕 백운호수 ‘무민공원’을 조성한 업체에 김 시장을 소개해 주고 금품을 받았다는 김건희특검 수사내용이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을 사고 있다.

경북 기초단체장들도 줄줄이 사법처리되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지난 15일 비리 직원에 대한 감사 중단을 지시한 직권남용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시장의 지시는 감사 절차를 중단시키고 징계 절차를 무력화한 것으로 권한을 일탈한 행위”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 4월 2일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된 배낙호 김천시장도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 시장은 재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범죄이력을 거짓으로 소명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역 기초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김진홍 전 동구청장은 지난 2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구청장은 미신고 계좌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지난 9월 1심에서 국민의힘 이성권 예비후보 지지 발언으로 당선무효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오태원 북구청장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현직 단체장들이 사법처리되거나 사정당국의 수사망에 오르면서 지역정가도 술렁이고 있다. 경기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단체장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이 되면서 지방정부의 도덕성이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태영·최세호·윤여운·김신일·곽재우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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