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I 혁명의 숨은 인프라 기업들

2026-06-30 13:00:16 게재

높은 기술적 해자 지닌 광학기업, 인공지능 반도체 고도화될수록 중요성 더욱 커져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높은 기술장벽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있다. 하마마쓰 포토닉스가 AI의 ‘눈’을 만들고, 앤리츠가 AI의 ‘신경망’을 검증하며, 일본가이시(NGK)가 AI의 ‘골격’을 지탱한다면, 이들 세 기업은 모두 AI 혁명을 뒷받침하는 숨은 인프라 챔피언이라 할 수 있다. AI 혁명이 지속될수록 이들 기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포토닉스(Photonics) 시장은 데이터 통신, 자동차, 산업 자동화, 의료, AI 등 다양한 성장 동력에 힘입어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용 광인터커넥트, 자율주행차용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첨단 광학 진단기기, 우주·양자정보 기술 분야의 수요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사진=본사 홈페이지

‘빛의 거인’ 하마마쓰 포토닉스

회사는 ‘빛의 거인’으로 불릴 만큼 ‘빛’이라는 단 하나의 기술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광전자증배관(PMT, Photomultiplier Tube)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90%에 달하며, 의료·라이프사이언스·반도체·계측·양자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매우 약한 빛까지 검출하는 초고감도 광센서로서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 제품이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기 어렵고, 장비 재설계와 성능 검증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한번 채택하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쉽지 않다.

포토닉스(Photonics) 시장은 데이터통신 자동차 산업자동화 의료 AI 등 다양한 성장동력에 힘입어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용 광인터커넥트, 자율주행차용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첨단 광학 진단기기, 우주·양자정보 기술 분야의 수요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이 가운데 회사는 급성장하는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AI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검사장비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광원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램프와 마이크로포커스 X선 광원이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 필요한 자외선(UV) 광원과 백색광 레이저 광원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화와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정밀 검사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성장가능성은 크다. 최근에는 생산라인에 검사장비를 직접 설치하는 인라인 검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억엔 규모의 반도체 고장 분석 장비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기술 우위 유지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재 PMT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래에 새로운 검출 원리나 반도체 기반의 대체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는 삼성 소니와 같은 기업들이 대체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6G와 AI 데이터센터가 키우는 앤리츠

엔비디아가 AI의 두뇌를 만들고 하마마쓰 포토닉스가 AI의 감각기관을 만든다면, 앤리츠는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증(Test & Measurement) 인프라 기업’이다. 회사는 통신 네트워크, 계측장비, 솔루션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통신과 무선통신의 품질을 측정·관리하는 장비를 제공해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영을 지원하며, 전자부품과 장비의 성능평가 신호측정 전파 환경 분석 등에 활용되는 다양한 계측 장비도 공급한다. 또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 지원까지 제공하며 고객 맞춤형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앤리츠의 성장전망은 크게 차세대 통신 기술 발전과 AI 데이터센터 확대라는 두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5G를 넘어 5G-어드밴스드(Advanced)와 6G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측정·검증 장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장비교체 수요가 발생하며, 한번 채택되면 교체가 어려워 진입장벽도 높다. 통신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네트워크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계측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고성능화와 대용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초고속 광통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 간 연결에 사용되는 100G·400G·800G급 광트랜시버와 관련 장비를 평가·검증하는 계측기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앤리츠는 이러한 광통신 품질 측정 장비를 공급하며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주요 고객사의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 또한 6G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관련 수요가 본격화되기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통신장비 시장 특성상 고객사의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식품 및 의약품 분야의 품질검사 장비를 담당하는 제품품질보증(PQA, Product Quality Assurance) 사업과 환경계측사업은 비교적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다.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무인화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회사는 2027년 3월기 매출 1400억엔, 영업이익 200억엔을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준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평가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실적 상향 가능성도 있다.

NGK, 전력 인프라에서 AI 소재 기업으로

2026년 4월 30일 일본가이시는 사명을 NGK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사명 변경이 아니라 기존의 ‘애자(碍子)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AI와 탄소중립 중심의 첨단 소재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AI 반도체용 부품과 친환경 에너지 소재에 집중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NGK는 나고야에 본사를 둔 일본의 대표적인 세라믹 기업으로, 전력 송전에 사용되는 애자(Insulator)와 첨단 세라믹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특히 100만 볼트(1000kV)급 초고압 송전선용 애자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NGK는 세라믹 기술을 기반으로 환경(Environment), 디지털 소사이어티(Digital Society), 에너지·산업(Energy & Industry)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환경사업은 배기가스 정화 및 수처리 제품을 중심으로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며, 디지털 소사이어티 사업은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과 전자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산업 사업은 전력기기와 산업용 세라믹 제품을 공급한다.

이중 디지털 소사이어티 사업은 NGK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장비용 부품과 전자 디바이스 사업이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AI와 5G 확산이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는 반도체 제조장비용 세라믹 부품, 복합 웨이퍼, 전력반도체용 소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투광성 알루미나 세라믹인 ‘하이세람(HYCERAM)’ 기술을 적용한 ‘하이세람 캐리어(HYCERAM Carrier)’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칩렛(Chiplet) 집적에 필요한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사명인 NGK는 기존 회사명인 NIPPON GAISHI KAISHA의 머리글자에서 유래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그룹 브랜드 통합과 인지도 제고를 위한 것으로, 신제품 개발과 신규사업 창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성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직원들의 의식 전환을 촉진하고, 전통적인 소재 기업을 넘어 미래 성장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7월에는 ‘NGK 콜라보레이션 스퀘어 다이버스(NGK Collaboration Square DIVERS)’를 개설했다. 이 시설은 외부 기업, 대학,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전제로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다양한 협업 공간을 마련해 아이디어 교류가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도록 했으며,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공동창조(Co-Creation)를 통해 신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담고 있다.

2026년 3월기 실적 전망도 밝다. 회사는 매출 6500억엔, 영업이익 850억엔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 증가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환경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반도체 관련 수요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