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기본의료 실현
“인공지능 혁신, 건강권 실현 설계해야”
의료 인력부족-지역격차-24시간 관리 불능-의료기관간 단절, 국민건강권 훼손
대형병원·수익 높은 분야 위주로 도입 '불균형' … “의료공백 해소 실현할 때다”
정부가 현재 ‘지역필수공공의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시대에 기본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본의료는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헌법적 건강 기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의미한다. 지역의료 격차와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기존의 지필공정책 추진에서 나아가 국민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가 시점이 됐다.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2026년 보건사회연구 인사이트 포럼’에서 인공지능을 단순한 의료기술이 아니라 의료체계의 ‘인력·공간·시간·연결 공백’을 메우는 도구로 활용해 사람 중심 의료와 의료 접근성을 실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수가체계·전달체계·접근성 정책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2026년 보건사회연구 인사이트 포럼’에서 “인공지능을 의료의 효율화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공백을 메우고 사람 중심 의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인공지능 논의의 초점은 “무슨 기술이 나왔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돼 왔다. 여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의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의료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에 두 가치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시대에는 오히려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사람 중심 의료(Patient-centered care)’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인공지능을 통해 그동안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사람 중심 의료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전과정에 인공지능 도입 중 = 30일 여 연구위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이미 의료의 전주기에 활용되고 있다. 일상 영역에서는 △인공지능 안부전화 △건강관리 앱 △웨어러블 기기 등이 사용되고 있다. 병원 진입 전에는 △증상 검색 △상담 △일부 비대면 진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병원 안에서는 △영상 판독 △진단 보조 △진료기록 작성에 활용되고 있다. 퇴원 후에는 △재활 △복약관리 △만성질환 원격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 연구위원에 따르면 실제 활용은 병원 내부, 특히 영상진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여 연구위원은 “돈이 되는 곳에 도입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인공지능이 더 강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등 해외의 논의는 “어떤 인공지능 기술인가”보다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진 행정부담 감소 △환자 대기시간 단축 △건강관리 중심 전환 △특정 임상 병목현상 해소 등 화려한 기술 경쟁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활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논의 촛점이 이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는 의료 4대 공백 = 여 연구위원은 의료체계의 근본 문제를 네 가지 공백으로 정리했다. 먼저 흉부외과 등 일부 전문의 부족, 지역 의료격차 등으로 발생하는 인력 공백이다. 인공지능은 의사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이 미치는 범위를 확대해 지역·공공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공간 공백으로 지역에 따른 의료 접근성 차이다. 인공지능 원격협진, 원격판독 등을 통해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줄일 수 있다.
시간의 공백으로 응급 중증환자에 대한 24시간 상시 대응이 어려운 문제다.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과 경고시스템을 활용하면 의료진의 소진 없이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연결의 공백이 있다. 기관 간 기록 단절과 정보 단절 문제다.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기록을 통합·요약하고 환자 중심으로 연결함으로써 연속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여 연구위원은 “인력·공간·시간·연결 공백을 메우는 것이 인공지능 의료의 핵심 가치”라며 “인공지능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차원을 넘어,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였던 네 가지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력 공백을 해결해 진료 전문성을 확장하고 공간 공백을 해소해 거리를 압축하며 시간 공백을 넘어 상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연결 공백을 해소해 진료 정보를 연계해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의료정책의 목표는 = 여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의료정책의 목표를 “인공지능으로 비고 채우고 넓혀서 의료가 모든 사람에게 닿는 사회”라고 제시했다. 어디에 살든, 언제 아프든, 누구든지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활용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주장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가·전달체계·접근성’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먼저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인공지능 시대와 맞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반복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행위량이 아니라 성과와 가치 중심 보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달체계 개편도 필요하다. 현재 의료기관 간 정보 단절은 환자가 직접 메우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의뢰-회송 과정과 의료정보 연계를 자동화해야 한다.
접근성 강화도 필요하다. 현재 인공지능은 필요한 곳보다 수익이 나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필수의료 영역에 인공지능 활용을 적극 지원해 의료 접근성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국립대 지방의료원 인공지능 격차 해소 = 여 연구위원은 현재의 인공지능 도입 양상이 또 다른 격차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의료체계에서 자원이 풍부한 곳 예를들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최신 디지털 기반을 갖추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을 위해 기업과 협력하고 정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 의료체계에서 자원이 부족한 곳 예를들면 공공병원이나 지역의료기관의 경우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운영 비용 부담이 어렵고 자체 개발 역량이 부족하고 기업이 외면하며 정부 사업 진입이 곤란하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첨단 영역으로 나아가는 동안, 공공·지역의료기관은 도입 입구에 멈춰 서 있는 셈이다. 기본 의료자원 격차 위에 인공지능 격차가 덧씌워지는 셈이다.
여 연구위원은 “지역 국립대와 지방의료원에 전처리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직접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시작으로 해서 권역책임의료기관, 종합병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이후 전체 의료기관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 연구위원은 “의료가 인공지능에게 묻는다”며 “효율만 좆는 설계을 할 것인가. 사람을 중심에 둔 설계를 할 것인가. 사람 중심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수가-전달체계-접근성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