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뒤늦게 동맹국 찾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전쟁에서 수세에 몰리던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선제공격에 나서는가 하면 미 전역에서 트럼프행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 강화를 무기로 선제공격에 나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중 무역갈등이 전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를 사실상 전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동맹국들이 미국과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친구들이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고 주장하며 동맹국을 홀대했던 미국이 뒤늦게 동맹을 찾으며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수세 몰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겨냥, “중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했다”며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경제적 강압 행위이며 중국이 세계경제와 기술 공급망 전체를 사실상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내적으로도 트럼프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단행된 주 방위군의 로스엔젤레스 등 주요 도시 파견과 ABC 방송 중단 압력, 법원 판결 무시, 고관세로 인한 물가 급등 등 트럼프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시위가 18일 미 전역 2600곳에서 약 700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할 경우, 희토류 수요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까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100%의 추가관세를 중국에 부과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인 4차산업의 두뇌이자 신경망인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에서 회동,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나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극단적인 카드로 맞붙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의 공세로 곤욕을 치른 중국은 그동안 대미 농업 의존도를 낮추는 등 맷집을 키우면서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에 대비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상대로 2차 무역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은 ‘이에는 이’의 보복을 선언하는 한편 아세안 등 개발도상국가를 비롯해 유럽연합(EU) 회원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 열을 올리면서 적과 동맹 모두를 힘들게 하는 사이에 최빈국들은 물론 자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중진국들에 무관세 교역을 제안했다. 또한 중국은 자유무역 지지자들이 과거 수십 년간 중국으로부터 얻어내려 했던 개도국 특권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유엔총회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원국들을 실패 국가로 비난하면서 유엔을 향해 험담을 늘어놓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유엔 창건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는 등 중국이 건설적인 의제를 설정하는 초강대국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감마저 내보였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워싱턴이 휘두르는 ‘큰 몽둥이’는 중국인들에게 단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중국은 결코 압력이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전 3500억달러 대미투자 압박 해결 과제
이런 와중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협상은 미국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선불 요구에 한국이 역제안한 분할 투자방식에 미국이 공감대를 표시하면서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쟁점에서 진전을 이루어 APEC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괄 협상 타결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등에서 수조 달러가 들어와야 공정한 것”이라는 등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