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서울 아파트값 이번엔 진정될까
이렇게 질문해 보자. 동원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그닥 많지 않은 당신이 서울에 소재한 아파트를 매수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이때 당신의 매수 결심을 돕는 요인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 대출을 많이 해주면 금상첨화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니 금리가 낮아야 한다.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으면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만큼 부동산 관련 세금이 낮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살펴보면 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성 싶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책에는 △주택수요 관리 강화 △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의 방안들이 망라됐다.
역대 부동산 금융규제 중 가장 강한 대책
정부는 주택수요 관리 강화를 위해 현행 서울 강남 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 수정구 중원구, 수원시 영통구 장안구 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규제지역 지정 효력은 16일부터 발생 중이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돼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전세대출 제한 등의 다층적 규제도 수반된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가 이들 규제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도 묶었다는 사실이다.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자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토허구역으로도 묶은 것이다.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는 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6.27가계대출 대책’을 더 강화한 버전이다.
아울러 29일부터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포함하게 된다. 차주별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도 현행 1.5%에서 3%로 높인다. 이는 향후 금리인하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 16일부터 적용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한도가 감소하게 된다.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시점도 당기기로 했다. 내년 4월에서 1월로 당기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이 주담대 대출총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에는 수요자를 타깃으로 대출을 억제했는데 이제는 공급자를 직접 겨냥해 공급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총론 수준이긴 하지만 그동안 극력 회피해왔던 부동산 세금 강화도 언급했다.
서울 아파트 갭투기 당분간은 쉽지 않을 듯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도 안심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용한 정책수단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에 “국민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버블이 붕괴한 일본에 비교하며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수차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서울 아파트 갭투기는 불가능하고, 대출한도는 급감했으며, 대출이자는 내릴 것 같지 않고,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조건에서 당신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결심을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서울 아파트 매수를 단념한다면 당신 혼자만 서울 아파트 매수를 단념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단념들이 모여 시장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