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기업을 뛰게 해야 증시 활황 이어진다
10월 넷째주는 한국 증시 슈퍼위크였다. 24일 코스피지수가 3900선을 돌파하며 4000 고지에 근접했다. 삼성전자가 ‘10만전자’를 노크했고, SK하이닉스는 ‘51만닉스’에 등극했다. 하지만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 시대로 향하며 활황이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먼저, 주가 상승세의 특정 산업 극소수 종목 쏠림이 너무 심하다. 코스피는 반도체, 코스닥은 이차전지다. 반도체 기업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차전지 기업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비중이 막대하다. 2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1019조7058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두 회사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4%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0월 들어 24일까지 약 425조원 증가했다. 그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몫이 216조원으로 50.8%에 이른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0조7650억원 늘었다. 그 중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몫이 11조3754억원으로 54.8%다.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시가총액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단 두 개 기업에 집중됐다.
10대 기업과 수출품목 20년째 그대로
이런 비정상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 속에 활력을 잃고 고인물이 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5년·2025년의 10대 기업과 수출품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둘 다 20년째 거의 그대로였다. 자산총액 기준 10대 기업은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별 변화가 없었다. KT와 한진이 밀려나고, HD현대와 농협이 진입했다. 10대 수출품목도 20년간 반도체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이 이어졌다. 바뀐 것은 디스플레이와 정밀화학원료가 들어가고 컴퓨터와 영상기기가 빠진 정도였다.
같은 기간 미국 10대 기업(증시 시가총액 기준)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외한 9개가 바뀌었다. 엑슨모빌 제너럴일렉트릭(GE) 시티은행 월마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등의 자리를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채웠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기업 수가 92만2000개로 7년 만의 최소치인 반면 소멸기업 수(2023년 79만1000개)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것과 부합한다. 2019~2021년 100만개를 넘어섰던 신생기업은 2020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또한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신생률)은 낮아지고, 활동기업 중 소멸기업 비율(소멸률)은 높아졌다. 그만큼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기업 활동도 부진해졌음이다.
게다가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시행했지만, 올해 9월까지 12년 동안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200개에 그쳤다. 2021년 26곳에서 해마다 줄어 올해 상반기에는 5곳에 불과했다. 반면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올해 상반기 2437곳으로 1년 전보다 63% 넘게 급증했다.
이처럼 주력산업과 기술이 정체한 상황에서 신생률은 낮아지고 소멸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로 빠져나가면 산업 공동화와 함께 한국 증시를 떠받칠 ‘기업 선수층’이 허약해진다. 반도체와 조선이 경쟁력이 있다지만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산업생태계는 언제 위기 국면에 빠져들지 모른다.
어디로든 코스피 5000에 이르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뒤늦게 상투를 잡거나 빚을 내 투자(빚투)하는 개미들을 울릴 수 있다. 주식을 맡기고 빚투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벌써 24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층과 5060세대에서 급증했다.
K-컬쳐 버금가는 혁신으로 K-증시 떠받치자
글로벌 유동성에 의존하는 주가상승에 만족해선 곤란하다. K-팝과 K-컬쳐 등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한류에 버금가는 기술 혁신과 신산업 육성, 기업 비즈니스, 브랜드 파워로 K-증시를 떠받치자.
그러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대로 각종 규제부터 금지하는 일을 빼고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실히 서둘러 바꿔야 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창업과 신생기업 활동을 북돋아야 청년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고수익 보장 꾐에 빠져 캄보디아로 향한 사태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 경제팀이 책임의식을 갖고 앞장서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부서도 적극 거들어야 한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