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통상환경 격변기 한국경제의 생존조건

2025-10-28 13:00:04 게재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3대 축은 관세와 감세 그리고 규제완화다. 이중에서 핵심이 바로 시행 6개월째인 관세정책이다. 관세는 인플레이션이나 재정을 비롯해 제조업 리쇼어링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트럼프 2기 경제정책 성패를 판가름할 요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해 주요국 정상과 관세와 대미 투자유치에 집중하는 이유다.

전세계의 이목이 아세안과 미중일 정상이 만나는 APEC에 쏠린 모양새다. 빅 이벤트는 역시 30일 부산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다. 미국의 고율관세로 중국의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9.8%나 줄어들었다. 달러 기준 대미수출액도 전년 대비 25.7% 감소했을 정도다.

빅 이벤트는 30일 부산에서 예정된 미 중 정상회담

미국과 중국은 이미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와 11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로 협상카드를 내보인 상태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미리 고려한 조치다. 다행히 양국 대표단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나 갈등해결을 위한 기본적 합의를 마쳤다. 관세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는 선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고율관세의 영향은 동맹국에 치명적이다. 유럽연합(EU)의 4월에서 8월까지 대미 무역흑자 감소폭만 20%다. 중국에 이어 2번째 대미 흑자를 내는 EU가 수출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줄이고 수입을 4% 늘린 결과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도 4월부터 9월까지 22.6%나 감소했다. 15%의 상호관세로 인해 일본의 상반기 대미 수출 감소 폭은 10.2%다. 주요수출품인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22.7%나 준 여파로 보인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아예 로그 SUV의 일부 생산시설을 일본 규슈에서 미국으로 이전했을 정도다.

한국은 더 심하다. 이달 20일간 24.7%나 급감한 게 추석 연휴 영향도 있지만 일 평균 수출 감소폭도 10.3%나 줄어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통계를 보면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액은 2분기 기준 33억달러 규모다. 무관세일 때보다 늘어난 수치다. 중국(141.8억달러), 멕시코(52.1억달러), 일본(42억달러)에 이어 네 번째다. 관세충격에서 한국경제를 지키려면 이번 한 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도 관세정책으로 인한 충격이 크다. 소소한 정책변화와 달리 고관세 정책은 시장의 내재적 균형 메커니즘을 통해 완충하기도 힘들다. 잘못하다간 경제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일례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은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미래에도 물가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 기업의 선제적 가격인상과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적 모순을 고려하고 추진하는 게 바로 감세와 국내산업 보호정책이다. 관세로 창출되는 추가 재정 수입으로 감세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관세로 국내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관세수입은 국제 무역 환경의 영향에 민감하다. 미국 재무부 통계를 보면 관세수입은 8월 말 기준 1835억6000만달러다. 관세수입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4조5000억달러의 감세를 추진한다는 게 미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자료를 봐도 향후 10년간 관세로 인한 순 재정 수입 예상액은 1조5800억달러에 불과하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에도 불가능한 규모다. 37조달러를 넘어선 연방 부채 비율은 GDP 대비 140% 수준이다.

게다가 관세는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도 줄인다.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 이윤을 줄이고 소비자의 실제 구매력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는 재정수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낮추고 재정적자 해소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익 지키기 위해선 경제 외교력 총동원하는 원팀 전략 필요

관세를 통한 제조업의 리쇼어링도 쉽지 않다. EU와 일본 한국과의 협상에서 대규모 투자 약속이 이루어졌으나 투자 실행까지 수년이 더 필요하다. 특히 공급망 이전하려면 산업별로 수년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 향후 미국과의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율 협상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익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려면 경제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원팀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게 통상환경 격변기에 살아남는 길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