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신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2025-10-29 13:00:20 게재

대통령 주재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가 지난 16일 개최돼 K-바이오, 재생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신산업에 대한 핵심규제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차 전략회의가 9월 15일 개최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분야의 규제 걷어내기를 발표한 지 한달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와 같은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규제 합리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서두르며 앞장서는 모습이다.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선 규제 합리화가 중요

정부 규제는 대개 처음에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세월이 지나며 불합리하게 변질돼도 계속 존속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제약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거나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행정기관이 규제를 이용해 권한을 키우고 계속 규제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규제가 강력할수록 해당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질 수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금융·보험 주류 의약품·의료기기 산업을 들 수 있다. 이들 분야는 과거 재무부 국세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련 산업의 인허가, 생산, 유통 등 광범위한 규제를 오랫동안 시행했는데 오늘날 다른 선진국보다 뒤처진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줄어들거나 폐지되지 않고 계속 존속하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규제는 도입 초기에 명분이 있고 적절한 수준이었을지라도 세월이 흐르며 새로운 규제가 생기고 확대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문제나 사고가 터지면 새로운 규제로 대응하며 덩어리 규제가 만들어지고 기득권이 만들어지면 이를 철옹성처럼 만들어 계속 유지하며 기득권만 보호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기술발달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규제가 기존 관행대로 계속 유지되는 사례도 있다. 이익단체 같은 특정 집단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역대 정부는 모두 규제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첫째, 규제 부처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이를 해결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미흡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방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일 것이다.

둘째, 기득권 세력이나 이익집단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규제는 소수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지만 다수는 그런 문제에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수 집단의 입김으로 규제가 유지되기 십상이다.

셋째, 규제개혁을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이 추진하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규제 당사자나 이해관계자가 규제개혁에 깊숙이 관여하다 보면 이들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과소 혹은 과다 추진돼 소리는 요란해도 성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규제개혁이 성과 내려면 강력한 리더십과 독립적인 추진기관 필요

정부 규제가 강력할수록 산업경쟁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 오늘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버텨내려면 규제개혁만큼은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AI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에서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이뤄지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 정부 규제가 유지되는 이유를 세밀히 살펴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가 과도한 수준인지, 기득권 세력이 존재하는지, 기술 발달 수준에 어울리는지, 이익집단의 입김인지에 따라 개선 대책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규제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강력한 리더십, 기득권 집단의 반대 극복,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추진기관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