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권장 과목, 대학마다 달라 혼란

2025-11-05 13:00:43 게재

대학 따라 구체적 과목 명시부터 미지정 … 과목 선택, 고교학점제 취지 고려 진로·적성 고려해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됐다. 고등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현 고1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아 기존 교육과정과 과목 체계가 다르다. 특히 Ⅰ·Ⅱ로 구분되었던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일반선택 과목과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등 8개의 진로선택 과목으로 재편돼 과목 선택에 대한 부담과 혼란이 공존한다. 교육부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대학에 모집 단위별 권장 과목 공개를 요구했고 대학은 권장 과목을 속속 발표했다. 일부 대학은 세부 교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반면 계열별로 포괄적으로 발표하거나 권장 과목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학마다 권장 과목에 대한 입장과 발표 방식이 다르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대학별 권장 과목을 두고 고교와 수험생은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대학별 권장 과목을 들여다본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이수하도록 해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선택 과목이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대학이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해 학생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또 해당 과목의 성취도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을 통해 학업 역량과 진로 역량을 평가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달라진 점은 = 현 고1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첫 대상이다. 현 고2에서 3은 선택 과목이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구분되지만 고1은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좀 더 세분화되고 과목명도 달라졌다. 특히 과학탐구는 기존의 Ⅱ과목이 각각 두 개 과목으로 나뉘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확실히 이전 교육과정보다 과목이 다양해졌다”라며 “특히 4개의 과학Ⅱ가 각 2과목으로 세분화되면서 진로선택 과목이 8과목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1 때는 공통 과목을 배우기에 본격적인 선택 과목은 고2에서 3학년에 배운다”며 “현실적으로 수시에서 3학년 2학기가 반영되지 않는 만큼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일반선택 과목인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4과목과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 지구시스템과학 행성우주과학 등 8개의 진로선택 과목을 위계에 맞춰 효율적으로 분산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은 학생들이 관심과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장 과목을 참고용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장 과목을 이수하는 경우 서류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학생 입장에서는 모집 단위별 권장 과목의 이수 여부가 수시의 서류 평가와 정시 모집의 학생부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종합전형을 염두에 둔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대학마다 권장 과목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있지만 희망 진로나 계열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라는 방향은 이전 교육과정과 다르지 않다”며 “다만 권장 과목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유전공학부가 확대되고 통합 교육과정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이 필요한 과목보다는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인문계열, 자유로운 과목 선택 허용 = 대학별로 모집 단위별 권장 과목의 차이가 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는 과목명이 아닌 최우선 교과와 우선 교과로 구분했으며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지정 권장 과목이 없다고 발표했다.

건국대는 학과 단위가 아닌 인문·사회과학·자연·공과대학·자유전공 등 계열별로 추천 과목을 제시했으며 경희대와 중앙대는 학과별로 권장 과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서울대 또한 2028학년 전공 연계 과목 선택 안내를 발표했다. 이전 교육과정에서 제시했던 핵심 권장 과목과 권장 과목 대신 최소한의 권장 과목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다수 대학은 인문계열에 대해서는 권장 과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대는 인문계열 지원자에게 ‘제2외국어/한문’ 1과목 이상 이수를 권장했고 건국대는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 영어 사회를, 사회과학 계열은 국어 사회 수학(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이수 추천 교과로 제시했다.

건국대가 사회과학 계열에서 수학 과목을 추천했지만 해당 과목은 2028 수능 수학 과목과 동일해 수험생에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서울시립대는 경영학부의 최우선 교과에 수학과 영어를, 경제학부의 최우선 교과에 수학을, 권장 핵심 교과에 영어와 사회를 명시했다.

◆자연계열, 수학보다 과학 교과 주목 = 자연계열은 인문계열과 달리 모집 단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과목을 권장 과목으로 제시한 대학이 많다. 기계공학과(부)를 기준으로 대학별 권장 과목을 살펴봤다.

건국대는 수학 교과의 일반선택 과목으로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진로선택 과목으로 미적분Ⅱ, 과학 교과에서는 일반선택 과목 물리학을 권장했다. 건국대는 기계공학과뿐 아니라 공학계열 전체에 동일한 권장 과목 기준을 적용했다.

고려대는 기계공학부 진로선택 과목으로 수학은 미적분Ⅱ를, 과학은 역학과 에너지와 전자기와 양자를 꼽았다. 일반선택 과목인 물리학의 연장선에 있는 진로선택 과목을 명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대는 수학 진로선택 과목으로 미적분Ⅱ 기하, 과학 교과에선 일반선택 과목 물리학 화학, 진로선택 과목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를 권장 과목으로 제시했다.

한양대는 수학의 경우 미적분Ⅱ 또는 기하, 과학 교과는 일반선택 과목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중 1과목 이상, 진로선택 과목 2개 이상을 권장했다. 구체적인 과목 지정보다는 최소 이수 과목 수만 명시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힌 형태다.

현재 권장 과목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학은 경희대다. 경희대는 수학은 미적분Ⅱ 기하, 과학 일반선택 과목 물리학 화학, 진로선택 과목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를 기계공학부 수학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핵심 과목으로 지정했다. 또한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를 가급적 이수해야 하는 권장 과목으로 제시했다.

의학계열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별로 수학 과학 지정 과목이 다르다. 서울대는 수학은 기하와 미적분Ⅱ를, 과학은 생명과학을 기본으로 하며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을 포함해 진로선택 3과목 이상을 요구한다. 고려대 의대는 수학은 미적분Ⅱ, 과학은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중 2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권한다. 가톨릭대 의대는 일반선택으로 화학과 생명과학을 제시했고 진로선택 과목으로는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과 유전을 포함해 3과목 이상을 이수하길 추천했다. 반면 한양대는 수학은 기하 또는 미적분Ⅱ를, 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중 1과목 이상과 진로선택 2과목 이상을 요구한다. 의학계열 중 타 대학과 차별되는 곳은 경희대다. 권장 과목으로 물리학을 제시했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의대 교육과정에는 물리학 관련 교과목이 있다”며 “또한 최근에는 진료와 진단 과정에서 첨단 기기 활용이 늘어나 물리학이 대학 수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별 권장 과목, 어떻게 다를까 = 대학은 일반선택 과목을 먼저 이수하고 진로·적성에 맞게 진로선택 과목과 융합선택 과목을 이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전체 과목 이수 이력과 세특을 함께 고려해 평가하기 때문에 특정 과목의 이수 여부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대학이 특정 과목만 이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교 교육과정 편성과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춘 과목 선택에 대학별 권장 과목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는 단과대학과 계열 중심으로 권장 과목을 안내하며 구체적인 과목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학·공학·건축·생명계열의 이수 추천 과목을 보면 공과대학의 경우 미적분Ⅰ·Ⅱ 기하 물리학을 권장 과목으로 제시했다. 진로선택 과목은 일반선택 과목인 물리학과 연계된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생명과학대학의 경우 수학 과목과 과학은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선택하면 된다. 경희대는 모집 단위에 따라 구체적으로 선택 과목 가이드를 제공한다. 경희대는 핵심 과목과 권장 과목으로 나누어 안내하는데 핵심 과목은 학과(부)에서 수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으로 이수 시 서류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권장 과목은 가급적 이수할 것을 권장하는 과목으로 이수 여부는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고려대는 진로선택 과목을 중심으로 수학과 과학 권장 과목을 제시했다. 모집 단위에 따라 수학 권장 과목은 미적분Ⅱ 또는 미적분Ⅱ 기하로 안내됐다. 모집 단위의 특성에 맞게 최소한의 권장 과목만 제시했다. 수학은 자연계열도 권장 과목에 일반선택 과목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2028 수능 과목임을 고려해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는 권장 과목은 간단하게 안내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자연계열의 수학 교과는 미적분Ⅱ 또는 기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 교과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중 1과목 이상과 진로선택 과목 2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안내했다.

이는 최소 기준이므로 제시된 과목만 충족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과목을 고민해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현재도 전공 적합성이나 계열 적합성을 의미 있게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과목을 수강하더라도 진로 탐색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다.

김기수·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