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중 전략경쟁’ 한국엔 기회다

2025-11-06 13:00:18 게재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펜타닐 보복관세를 10%로 인하하는 행정명령에 5일 서명했다. 부산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수출통제 등 무역제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 격이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추가관세도 1년 연장한 10%의 보복관세와 낮춰진 펜타닐 관세를 합쳐 총 20%로 낮아졌다. 물론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실질 실효관세 수준은 45~47%다.

중국도 이날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추가관세를 내년 말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추이를 보면 중국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강한 대중 압박을 피한 결과다. 세계 2대 경제대국간 경쟁이 주가와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GDP의 25%인 미국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고전

중국의 대미수출은 올해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글로벌 수출은 오히려 6.1%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전체 수입을 보면 올 7월 기준 11.5%나 늘었다. 한마디로 상호관세 장벽을 피해 아세안 등지에 우회 수출되는 중국 제품이 늘었다는 의미다.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은 언제든 희토류도 무기화할 수 있는 처지다. 미국발 관세전쟁에서 피해를 보는 멕시코나 캐나다를 비롯해 글로벌 국가와 협력 면에서도 유리하다. 2020년 체결한 1단계 무역협정을 보면 중국은 2년 이내에 미국산 수입을 2017년보다 2000억달러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수입물량은 구매 목표의 57% 정도였다. 무역전쟁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정 체결 대신 휴전 연장 방식을 채택한 이유다.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을 미국에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년 협정을 재협상하면서 주도권을 가지고 무역수지 개선 성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중국도 다를 바 없다. 시 주석은 4분기 중 미국산 대두 1200만톤도 수입하기로 하고 정상회담 전날 농산물 구입승인 조치까지 했다. 앞으로 3년간 매년 2400만톤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물론 지난해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량 2700만톤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 당시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량 3420만톤보다 1000만톤 이상 적다.

미국산 에너지 구매도 마찬가지다. 알래스카산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위한 에너지 협상만 약속한 상태다. 중국은 현재 미국산 석탄을 비롯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양국은 해운 물류 조선 산업에 대한 상호통제 조치도 1년 간 유예했다. 한마디로 무역 전쟁을 1년 단위로 연장하며 상호경쟁을 하기로 선언한 셈이다.

양국이 해결하지 못한 쟁점은 3가지 정도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나 대만문제, 그리고 핵 협상이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무역법 301조와 232조에 따라 품목별로 부과하는 관세를 합치면 100%에 육박하는 품목에 대한 해결책 모색도 숙제다.

미중 간 휴전 한국엔 경쟁력 확보할 기회 제공

미중 간 무역전쟁 휴전은 한국에게는 경쟁력을 확보해 실익을 챙길 기회이기도 하다. 가장 시급한 게 양국 간 3차 무역분쟁에 대비하는 일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게 우선 과제다. 한중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를 늘릴 묘안도 찾아봐야 한다.

미국과는 동맹 관계에 걸맞게 투자를 통한 교역조건 개선에도 함써야 할 때다. 특히 조선 에너지 방산 협력은 한국경제를 도약시킬 미증유의 기회다. 단기적인 승부를 펼치는 미국과 장기적인 경쟁에 능한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실익을 챙기려면 산업별 핵심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