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법 개정 통한 민간위탁금의 ‘외부감사’ 의무화

2025-11-12 13:00:01 게재

민간위탁제도는 정부의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방행정의 중요한 축이 되어 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3조4000억원에 이르며, 이는 정부예산의 2%를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위탁금 규모의 급속한 확대에 비해 회계투명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민간위탁금에 대한 투명성 확보 장치로 서울시가 2014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를 개정해 외부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11개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40개가 외부 회계감사제도를 의무화하였으나 나머지 203개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내부 감사부서의 단순한 검사에 머물고 있다(2023년 금액 기준으로는 약 75%가 내부 검사만을 실시).

최근에는 조례에 외부 회계감사를 규정한 40개 지방자치단체 중 일부에서 회계감사 대신 간이한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동일한 공공자금이 민간을 통해 집행됨에도 통제 수준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위탁금은 ‘지방자치법’ 제117조와 제158조에 따라 위탁계약에 근거한 대가성 경비로 집행되나 이에 대한 검증절차는 규정하고 있지 않은 반면, 보조금의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에서 일정 금액 이상 보조금을 수령한 보조사업자에게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민간위탁기금 회계 ‘결산서 검사’로 후퇴

실질이 유사한 두 제도에서 보조금은 외부 회계감사 의무대상 금액을 낮추는 등 투명성이 강화되고, 민간위탁금은 금액 기준 25%에 대해서만 실시되던 ‘회계감사’마저 오히려 ‘결산서 검사’로 후퇴하는 현상은 제도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는 공공재정 관리의 확신수준을 ‘의견(opinion)’에서 ‘확인(check)’으로 낮추는 선택이며, 국민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는 오만이다.

회계감사는 독립된 감사인이 협약·예산·회계기준에 따라 결산이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의견’으로 인증한다. 반면 ‘결산서 검사’는 절차 중심의 점검에 그쳐 확신수준과 책임 귀속이 불명확하다.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에서 필요한 건 서류상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설명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신의 언어다.

감사보고서는 위법·부당 집행의 억지력으로 작동하고, 지적·권고는 다음 연도 사업구조와 예산배분 개선을 견인한다. 이것이 공공자금 집행과 관련한 투명성·책임성·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선순환 고리다.

일부 자치권 침해나 소규모 기관의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부 회계감사의 법정화는 자치권을 제한하는 족쇄가 아니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예측가능한 규칙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민간위탁사업이 운영되도록 하는 최소 안전장치이다. 자치권이 공공재정의 투명한 집행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관의 부담도 연간 위탁금 규모와 위험요소를 고려한 차등 적용, 보조금 감사와의 상호인정, 회계감사 비용의 예산 반영 등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공공재원 눈먼 돈 되어서는 안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외부 회계감사 의무의 명문화와 이에 기초한 제도 시행의 정교한 설계는 '민간의 효율'과 '공공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공공재원은 눈먼 돈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김기영 명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