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유럽과 일본의 실패에서 배우자

2025-11-12 13:00:00 게재

일본은 산업사회의 최우등생이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제2의 경제대국 위치까지 갔다. 1988년 일본의 GDP는 미국의 60% 정도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그 비율이 14%까지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1988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16개가 일본회사였다. 미국회사는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 일본회사는 하나도 없다. 17개 회사가 미국회사다. 10위 이내에는 지식정보화산업 관련회사가 7개나 된다.

일본의 상대적 쇄락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1985년에 있었던 ‘플라자 합의’를 꼽는다. ‘미일 반도체협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장인정신, 역동성 부족, 좀비기업의 확대,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도 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지는 ‘일본의 못된 심보가 일본경제 침체의 원흉’이라는 저서에서 무관용의 억압되고 닫힌 사회, 부정적인 사고의 국민성, 비방과 공격으로 대표되는 일본 특유의 사회풍조, 과거의 성공만을 믿고 자만하고 겸손함을 잃은 문화 등을 꼽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의 5대 강국은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순이다. 1988년 5대강국의 GDP 합계는 미국 GDP의 95%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52%로 크게 하락했다. 이들에게는 플라자 합의나 반도체 협정 또는 원전사고가 없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전략적 전환 실패

일본과 유럽 6개국의 상대적 쇄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전략적 방향으로 제때 그리고 제대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 국제정치경제센터(ECIPE)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EU 경제적 변화를 위한 5가지를 제언했는데 첫째가 지식기반산업 육성이고 둘째가 디지털 분야 교역에 대한 개방적인 정책이다. 기업 간 경쟁 촉진,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자유무역을 위한 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GDP는 1988년 미국의 3.8%였으나 2024년 6.4%로 증가했다. 구매력 평가환율(PPP)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몇년 전에 일본을 추월했고 1인당 명목 GDP도 작년에 일본을 추월했다.

2023년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국제경영대학원(IMD)은 디지털 경쟁력을 발표했다. 64개국의 미래준비도와 기술 지식 등 3개 분야 9개 부문, 54개 세부지표를 조사했다. 미국이 100점으로 1위, 한국은 95점으로 6위다. 유럽의 5대 강국 중 영국이 83점으로 20위, 독일 81점으로 23위, 프랑스 79점으로 27위, 스페인 77점으로 31위, 이탈리아 64점으로 43위다. 일본이 75점으로 32위인데 순위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점수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점수 차는 5점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점수 차는 20점이나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 수익성이 20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파악돼 경제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일 내놓은 ‘매출액 1000대 기업의 20년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대기업의 총자산영업이익률(ROA)은 2004년 4.2%에서 지난해 2.2%로 떨어졌다.

유럽과 일본의 상대적 쇄락 반면교사 삼아야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힘이 센 종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종도 아니며, 환경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종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마하의 속도로 급변하는 오늘날의 사회에 적합한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나 유럽의 5대강국이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이 늦어 상대적 쇄락을 하고 있는 현상을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활짝 열리고 있는 AI 및 양자컴퓨터 시대, 에너지 전환, 한류의 확산 흐름에 국가 기업 개인들이 더 많은 전략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원락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