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환율은 왜 고공행진 중일까
최근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1월 12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을 돌파했다. 2025년 최저점이었던 6월 30일 1350원과 비교하면 무려 120원이 상승했다. 이러한 환율상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배치된다.
현재 한국의 수출 실적은 역대급이다. 2025년 1~9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30억달러다. 무역수지 흑자가 되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에 환율은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왜 환율은 오르는 것일까?
의문은 또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약 2700에서 최근 4200을 돌파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코스피 상승에는 외국인 유입도 큰 몫을 차지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는데 왜 환율은 오르는 것일까?
서학개미·국민연금·3500억달러 대미 투자도 원인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한국에 투자되는 돈보다 미국에 투자되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게 뭘까? 크게 네 가지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첫째, 서학개미 때문이다. 서학개미가 미국 자산을 왕창 그리고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2025년 개인들의 해외자산 순매수 누적액은 약 500억달러다. 2025년 한해 동안 한국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누적 흑자액이 800억달러인데 서학개미가 미국 자산을 매입한 누적 금액이 500억달러다. ‘개미’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인데 대기업과 비슷한 덩어리다.
둘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약 1400조원이다. 이중 절반이 해외자산에 투자되고 있다. 달러 매입을 늘리고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7월 이후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주요국 통화와 달러 가치를 비교하면 달러 인덱스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달러가치는 6월 말~7월 초를 최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분기점은 7월 초 미국 의회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감세안이었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통과였다.
넷째, 미국에 대한 3500억달러 투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월 14일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최종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미국에 2000억달러 투자와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투자를 하되 연간 투자액이 ‘2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다. 200억달러는 어느 정도 규모일까? 한화로 약 29조원인데, 2020~2024년 5년간 한국의 대미흑자액 평균은 약 335억달러였다. 한국의 대미 흑자액과 비교하면 2/3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네 가지 현상은 뉴노멀인 측면이 강하다. 환율이 머지않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고환율 현상이 ‘뉴노멀’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경제적 양극화와 서민들의 구매력 축소로 작동할 가능성 높아
우리의 궁금증은 두 가지다. 경제위기 가능성은 없나? 경제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제위기 여부를 파악하는 지표로는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데, 채권을 발행한 국가의 신용이 좋을수록 하락한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 낮고, 일본 및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한국의 국가 신인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이 되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까? 고환율은 수출기업에게 유리하다. 가격이 더 싸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수입물가는 오히려 상승한다. 즉, 수출 대기업에게 더 유리하고, 서민들의 수입 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고환율 현상은 경제적 양극화와 서민들의 구매력 축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