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두 얼굴 가진 다카이치노믹스
다카이치정권 발족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일본경제는 몇 가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엔화 약세로 기운 환율이 수입물가와 생활비를 압박하고 있다. 둘째, ‘위기관리 투자’에 대한 기대 속에서 주가는 사상 최고권을 맴돈다. 셋째,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 패키지가 일본의 대외투자 흐름을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게 만들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통화 양적완화, 재정확대, 저금리·엔저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과 산업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국가안보형 ‘하드파워 버전’을 결합한 경제정책을 제시한다.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중일관계도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에 국가안보형 ‘하드파워 버전’ 결합한 경제정책
거시환경을 보자. 9~10월 물가상승률(종합 CPI)은 2% 후반인데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5%로 묶어두고 있다. 환율은 150엔대 엔저에 고착되어 수출기업에는 유리하나 수입원가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주가는 인공지능(AI)·반도체에 더해 원전·방위산업·플랜트 등 정책 수혜 산업이 강세를 보이며 최고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정책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축은 단연 5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다. 조선·에너지·신형원자로·핵심광물·희토류·인프라장비 등에서 일본 기업은 매출을 늘릴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일본경제가 지닌 구조적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대외자산국(3조7000억달러)으로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을 해외투자의 이자·배당 등 소득수지에서 벌어들인다. 이런 대외자산 모델에 다카이치정권은 미국을 향한 초대형 전략 투자 패키지를 얹으며 미국 편중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향후 3년간 집행될 5500억달러는 연간 투자액으로 환산하면 1800억달러 수준이다. 일본이 미국 자산을 대거 보유하게 되면 수십억 달러의 이자·배당 소득이 발생해 소득수지를 지탱하게 된다. 반면 프로젝트 영업이익은 원금 회수 전 50대 50,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일본정부는 값싼 엔 자금을 조달해 미국 자산으로 돌리는 국가 단위의 ‘캐리 트레이드’를 선택함으로써 해외수익으로 국내 경제를 보완하는 기존 모델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면에 있다. 전략적으로는 미국과 공급망·안보협력 강화라는 목적이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와 비용도 따른다. 첫째, 특정 국가·산업군에 대한 집중 리스크다. 미국 경기·정책사이클 변화에 따라 일본정부가 대규모 손실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환율·금리 전환 리스크다. 일본 금리가 오르고 미국 금리가 내릴 경우 환차손이 커질 수 있다. 예컨대 5500억달러에 10% 평가손이 나면 550억달러 손실이 생긴다. 국책금융이 흔들리면 결국 정부가 출자와 손실보전을 떠안게 되고 이는 재정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셋째, 국내 기회비용 문제다. 일본이 미국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동안 국내 노후 인프라 개선, 지방 활성화, 교육·디지털 투자 등에 쓸 재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대미 접근권을 확보하는 대신 국내 미래 투자 여력을 희생하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민간 금융·기업이 정부가 지정한 미국 프로젝트에 몰리면서 투자 판단이 관치적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
과도한 대외 의존은 언제든 부메랑 될 수 있어
결국 다카이치노믹스는 두 얼굴을 가진다. 하나는 경제안보 관련 투자와 해외자산 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 포트폴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편중 구조에 스스로를 묶어두는 전략적 부담이다. 과도한 대외 의존은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본은 내수 경제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전 테이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