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환율 안정에 만전 기해야

2025-11-18 13:00:01 게재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모두 끝나고 양국 공동 팩트시트도 나왔다. 미국의 거친 공세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환시장 안정 필요성이 명문화된 것도 안도감을 준다. 그렇지만 해마다 200억달러를 어디선가 조달해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한 환율상승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2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러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동원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그 영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관세협상이 마무리됐는데도 환율안정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관세협상 마무리됐는데도 환율안정 효과 크지 않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여전히 달러당 1460원 안팎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추가상승을 엿보고 있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13일에는 한때 1475원까지 치솟기까지 했다. 이날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다음에야 상승세가 간신히 꺾였다. 이달 들어 주요 경쟁국의 통화가치는 대부분 상승했는데,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1% 이상 하락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연평균 환율(주간 거래종가 기준)은 1415.28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1998년(1394.97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다.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이 오르고, 또 역으로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가가 상승하는데도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원화 환율은 떨어질 줄 모르니 더욱 괴이하다. 국제수지도 환율의 지속적 상승을 정당화할 만큼 나쁘지 않다. 올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828억달러를 헤아린다. 연말까지 가면 1000억달러에 이를 듯하다.

그렇지만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역시 998억달러를 넘었다. 국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훨씬 웃돈다. 또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액(296억5000만달러)의 3배를 넘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 공급을 초과하게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원화가치 안정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것으로 여겨진다.

환율상승은 이런 여러 이유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환율 불안은 사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물가안정을 어렵게 한다. 환율 상승은 곧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38.17(2020=100)로 전월(135.56)보다 1.9% 올랐다. 지난 7월(+0.8%) 이후 넉 달째 오른 것이다. 상승폭은 올해 1월(+2.2%) 이후 가장 컸다고 한다. 수입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짙다.

국내 기름값은 이미 그 사정권 안에 들어갔다. 게다가 정부는 유류세 감면폭을 줄였으니 상승압력은 더욱 커졌다. 이로 말미암아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던 내수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자영업자의 비용부담도 무겁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왜 지금 굳이 그런 조치를 취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업들에게도 해롭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 모두 환율상승으로 인해 비용과 지급이자 부담이 무거워질 것이다. 이는 기업의 실적 하락이나 부채상승을 초래하고 대외신인도를 저해할 수도 있다. 다만 수출대기업의 경우 이익이 늘어나는 등 호재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격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물가와 대외신인도 안정 위해 더 힘써야 할 때

근본적으로 지금과 같은 금리수준에서는 환율불안이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금리는 경기회복에 다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동산 과열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환율불안도 그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이런 불안상황이 계속되는 한 국내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 오히려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은 국내외에 즐비하다. 환율불안도 그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원화가치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국내 물가와 대외신인도 안정을 위해 더 힘써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