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정치권, 과거 아닌 미래 놓고 경쟁하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무더기 의원직 상실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2019년 벌어진 이른바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돼 기소됐던 나경원 의원을 비롯 송언석 이만희 김정재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이다. 나 의원 등은 20일 1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 아래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나 의원은 “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좋아라 할 일은 아니다. 재판부가 “정치적 성격을 참작”해서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한 만큼 정치적 오점을 남긴 데 대한 성찰이 우선이다.
국힘은 앞으로도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야 할 형편이다. 추경호 의원은 내란 동조혐의로 특검수사를 받고 있다. 오는 27일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다. 법원에 의해 계엄해제 국회표결을 방해한 내란 동조혐의가 인정될 경우 국힘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과거에 발목 잡힌 정치권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김선교 의원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의혹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은 김건희씨에게 명품 손가방을 건넨 김기현 의원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특검은 아니지만 이종욱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 개월째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 갇혀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사안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그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도층이 민주당에 실망해도 국힘 지지로 이동하지 않는다. 당장 내년의 지방선거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힘 지도부와 주류는 “윤석열 어게인”만 외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전한길씨를 공천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뜬금없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외쳐 국힘 내부도 황당해 하는 분위기다. 장 대표 나름의 정치적 계산은 있을 것이다. 경쟁자인 한동훈을 견제하고 당 대표 연임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려고 한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과 극우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라는 손 쉬운 길을 선택한 듯하다.
하지만 제1야당의 존립이 위태롭다면 ‘용꿈’은 ‘일장춘몽’이 될 게 자명하다. 아픈 과거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 일각에서는 당명 변경 등도 거론된다. 미몽에서 벗어나 탄핵의 강을 건너라는 민심을 깊이 새겨야 한다.‘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잘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억지로 없애려 할수록 더 커지게 마련이다. 여권 주장대로 ‘윤석열 검찰’의 조작 과장 수사가 의심되더라도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검사뿐 아니라 판사도 못믿는다”며 뿌리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욕을 듣더라도 항소 포기를 밀어붙인 배경이다. 항소 포기 배후는 상식인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재판중지법을 만들고 선거법을 뜯어고치고 배임죄를 폐지하는 게 과연 ‘대통령 지키기’에 득이 될 지는 미지수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 온갖 미사여구와 정치적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각하’를 보호하려 했지만 민심을 거스르고는 역효과만 났다. 개혁의 명분 전체가 흔들릴 수있다.
권력의 향배보다 나라 살림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미 관세협상 이후 매년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돈은 어떻게 마련할지, 떼이지 않을 방안이 무엇인지 따지고 물어야 한다. “새 부담은 없다”는 주한미군 지원액도 검증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 협상 유연성을 위해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공개해야 한다.
정쟁보다 나라 살림 살펴야
내년 예산 심사가 한창이다. 올해 대비 8.1%증액된 728조원이다. ‘슈퍼 예산’이다. 세수부족으로 빚 110조원을 낸다고 한다. 모두가 국민 부담이다. 여야는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에 따라 삭감과 증액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서로 지역구 선심성 예산만 챙기고 과거처럼 밀실에서 ‘깜깜이’로 넘어가선 곤란하다. 정치권은 내로남불이 반복되는 정쟁보다 국민 혈세 한 푼이라도 허투로 쓰이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경쟁해야 한다.
차염진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