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네트워크다

2025-11-27 13:00:04 게재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변화를 가속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할 인프라, 특히 네트워크 구조는 여전히 기존의 틀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센터가 AI의 두뇌라면 통신망은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신경망이다. 지금의 통신망은 AI가 요구하는 지능적 동작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다. AI 서비스가 본격 확산되는 시점에 네트워크 전환이 지연되면 성장속도는 물론 시장 주도권까지 해외 클라우드에 내줄 수 있다.

AI 서비스는 단말 엣지 서버 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간다. 수 밀리초(ms)의 지연이 서비스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좌우한다. 생성형 AI,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봇제어, 원격의료 등은 모두 ‘빠른 속도’ 뿐만 아니라 예측가능한 연결성과 정밀한 제어체계를 필요로 한다. 네트워크는 더 이상 단순한 전달 경로가 아니다. AI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를 AI 친화형 지능형 연결망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전환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네트워크 제어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바꾸어 트래픽 상황에 따라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용자와 가까운 지점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형 엣지 구조를 확대해 지연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운영체계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전환해 장애·혼잡·부하를 자동 예측·조정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네트워크는 AI 고도화의 속도에 맞는 지능형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AI고도화의 장벽은 기술 아닌 투자구조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투자 구조다. AI 전용망 구축에는 통신 3사 기준 3조~5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요금제와 수익구조로는 투자 회수 가능성이 낮아 선제적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민간은 필요성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정부 역시 제도적 기반을 아직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AI 인프라는 단기수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기에 지금의 틀로는 대규모 투자가 선제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네트워크 제공 방식 자체의 변화다.

속도 중심의 요금체계를 넘어 보안·지연·경로제어 등 망의 기능을 서비스 단위로 제공하는 체계, AI 기업이 통신사의 엣지 자원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협력형 구조가 필요하다.

또 산업별로 요구조건이 다른 분야를 위한 전용 네트워크 모델, 그리고 AI 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데이터 인증·보안체계 등이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투자가 회수 가능한 인프라 시장 구조를 만드는 전략이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요금 규제는 기본 서비스 중심으로 최소화하고, AI 특화 네트워크 상품은 시장 자율에 맡기되 공정성 접근성 품질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네트워크 가상화, 엣지 확충 등 인프라 전환을 위한 투자에 세제 지원을 제공하고, 공동 투자 펀드를 통해 통신사의 초기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단순한 통신 인프라 정책이 아니라 국가 혁신 자본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AI 경쟁 핵심은 지능적인 연결 구조 확보

AI 경쟁의 핵심은 지능적인 연결구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다. AI가 산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전환을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투자와 실행의 결단이다.

방효창 경실련정책위원장 두원공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