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고환율, 방만한 경제운영에 대한 경고

2025-12-01 13:00:03 게재

최근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넣는 기름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경기도 양평읍의 경우 리터당 1600원대에서 1700원대로 가볍게 올라섰다. 12월부터는 유류세 인하폭도 줄어든다. 곧 1800원대로 올라서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환율 고공행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난방비도 걱정된다. 이 역시 환율과 유류세 인상의 직접 사정권에 들어 있어서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가정과 소상공인은 난방비 상승에 거의 무방비상태다.

지금처럼 높은 환율이 이어진다면 올 겨울 ‘난방비폭탄’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번 겨울에는 그다지 춥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기상청 예보대로 되기만을 북풍의 신에게 기원드릴 뿐이다.

고공행진하는 환율은 재정 금융 물가 등 경제흐름 이상 징후 반영

정말로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내려가는 법을 잊은 듯하다. 정부가 구두개입하고 국민연금을 활용한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별로 효과가 없다. 지난달 28일 환율은 147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끝나면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마저 빗나갔다. 최근의 이런 환율수준이 굳어져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나돈다. 한때 1400원 아래 머무르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의 전설처럼 느껴진다.

개방경제 시대에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가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유력한 척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 크고작은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환율이 요동쳤다. 요즘의 환율불안을 두고 걱정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의 경제흐름에 어딘가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재정과 금융 등 곳곳에 ‘방만함’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재정 측면에서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2차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13조원 가량이 풀렸다. 국내 소비가 너무 위축돼 있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이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한때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에 훈풍을 불어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소비쿠폰으로 받은 돈을 환율상승과 이로 인한 물가불안으로 말미암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상황이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내국인들의 해외씀씀이마저 헤프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금액은 모두 5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보다 7.3% 늘어나 사상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을 편성했다. 올해나 내년 예상되는 경상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증가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정씨앗론’을 이야기한 이후 제동장치가 풀린 것 같다. 또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다는 150조원의 펀드가 어떻게 운용될지 알 수 없다. 운용결과에 따라서는 환율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금리가 낮지 않다면 떠도는 시중자금이나 해외투자로 빠져나간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지만 그것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해외주식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요컨대 모두가 방만하다. 그러니 환율안정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의 환율 불안은 이러한 방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와 한국은행 등 거시경제를 이끄는 당국은 경제운용 기조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재의 재정금융정책이 과연 원화가치 안정과 안정적 경제발전에 유익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정부 내내 환율불안에 시달리지나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그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와 재정이 갑자기 초긴축으로 돌아서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원화가치 안정이 이재명정부의 진정한 실력 시험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쿠데타 사태를 딛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반년 흘렀다. 그 사이 수고와 성과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환율 동요는 이재명정부의 진정한 실력을 시험하고 있다.

아직 임기초반이므로 문제를 차분하게 검토하고 재정리할 시간은 충분하다. 다소 높은 지지율만 믿고 성찰을 게을리한다면 국민들이 다시 등 돌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