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경제 디플레이션 탈출할까
중국 지방정부의 올해 채권 발행액은 2일 기준 10조1000억위안이다. 중국 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약 53조7000억위안 정도다.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허용한 2015년 3조8000억위안이던 부채가 11년 만에 1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방정부 채권은 부동산 개발과 부채 상환을 위한 용도다.
중국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 이후 더 가파르다. 9월 말 금리 인하를 통한 부동산 부양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중앙은행 통계를 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대출액이 상환액보다 적었다. 투자와 소비를 모두 줄인 결과다. 일본에서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까지 나타났던 현상과 판박이다.
중국경제 부동산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 압력 거세
중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한때 1.818%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장기 GDP 명목 성장률 지표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일본(1.823%)과 역전된 순간이다. 양국의 국채수익률 역전은 2000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국채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게 2014년부터다. 10년물 채권금리 하락은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을 의미한다. 중국 사회융자 재원이 국채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예측치를 보면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4.8%이고 내년(4.2%)에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14%로 최고점을 찍은 2007년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선 모양새다. 고정자산 투자도 10월 말 기준으로 마이너스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다는 신호다.
10월 생산자물가(PPI)도 1년 전보다 2.1%나 하락했다. 연속 37개월째 하락 중이다. 소비 부진에다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 탓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디플레이션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3분기 물가동향에 나타난 GDP디플레이터도 1년 전보다 1.1% 하락했다. 연속 10분기째 하락추세이자 사상 최대 기록이다. 2011년 4분기 일본의 GDP디플레이터가 1.4% 감소했던 당시와 비슷한 흐름이다.
중국은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정부에서 통제하기 쉬운 금리를 내려 투자를 늘리는 손쉬운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10년물 국채수익률과 GDP 성장률 간 괴리도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다. 문제는 금리인하로 인한 은행의 순 마진율 축소다. 중국은행업계의 평균 순 마진율은 1.5% 정도다. 게다가 은행의 중계업무 수수료도 낮다. 올해 상반기에만 225개의 중소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다.
내년 금리를 인하할 여유도 0.1~0.2%에 불과하다. 향후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지방정부 채무와 부동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 이마저도 어렵다. 부동산가격과 채권수익률 곡선 추이를 봐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궤적과 유사하다.
한마디로 중국경제는 내년에도 부동산 침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10월까지 민간 투자 감소율은 4.5%다. 투자를 늘리지 못하면 은행과 신탁 등 금융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 금융사 대부분은 국유기업이다. 신용보증 주체인 각급 정부가 매년 부동산 침체 방지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이유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궤적 밟지 않으려면 지방정부 채권 통제해야
중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궤적을 밟지 않으려면 앞으로 지방정부 채권 증가율을 적절히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의 채권자금 사용효율을 높이려면 부채관리 메커니즘부터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인구노령화 시대에 맞게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해 소비도 부양해야 한다. 소비를 늘리려면 소득의 전제 조건인 취업률부터 올려야 한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년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는 한국경제에도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