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내란사태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의미

2026-02-20 13:00:02 게재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내란 주요종사자 김용현도 징역 30년에 처해졌다. 위헌·불법계엄이 발발한 지 444일 만이다. 1심 재판부는 윤석열 등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한 중형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누군가는 만족할 테고, 누군가는 불만이거나 분노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3심제에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다.

‘12.3 내란 이후’에 대한 세계적 관심, 왜?

사실, ‘12.3 내란’ 이후 한국정치와 사회, 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도 뜨겁다.

“(사형이 선고된다면) 행정부 최고위직의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한국은 견제와 균형, 처벌의 메카니즘이 타협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2026년 2월 18일, ‘사형인가, 무죄인가?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판결 3가지 시나리오’, The Diplomat)

위 인용문은 2월 19일 내란 혐의 1심 판결을 앞두고 나온 외신보도 중 일부다. 해외에서 ‘12.3 내란’ 이후 한국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는 이유의 일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사에서 말하는 ‘행정부 최고위직의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요국들’은 어디를 말하는 걸까?

우선 미국을 들 수 있다. 2025년 1월 재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까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일련의 범죄 행위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2024년 대선 당선 이후 기소가 취소되며 수사가 종결되었다.

2023년 8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미국 법원에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2020년 대선 결과가 부정선거라는 거짓 주장을 고의로 유포해 대중을 선동하고, 주 단위 선거 결과 집계 및 인증 절차를 방해한 혐의다. 둘째, 2021년 1월 6일 의회에서 열린 대선 결과 인증 절차에 앞서 가짜 선거인단 명부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도록 압박하고 지지자들을 의회로 모이게 만들어 의회 절차를 중단시키려 한 혐의다. 셋째, 당시 부통령에게 개표 결과를 거부하도록 강요하고 폭동이 발생했음에도 진압하기는커녕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했다는 혐의다. 넷째, 수백만명의 유효 투표를 무효화하려고 시도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다.

특검이 제기했던 연방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한 재판은 1년 가까이 절차적 논란만 벌이며 중단되었다가 본격적인 재판은 시작하지도 못한 채 2024년 대선을 맞이했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재판은 종료되었다. 조지아주 대선 개입 혐의 재판도 트럼프 측이 담당 검사의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공전되다가 대선으로 역시 종료되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처음 있었던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이나, 트럼프 이후 미국으로부터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부정선거 관련 허위조작정보 생산 및 반정부 선동 혐의에 대해, 결국 미국 법원은 아무런 판결도 내리지 않은 채 새로운 트럼프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 사법부에 의한 행정부 견제 시스템의 문제는 특별검사가 제기한 혐의에 대해 미국 법원이 인정했는지 여부 이전에 4년 동안 1심 판결조차 내리지 않은 혹은 내리지 못한 무력함이다. 전문가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이유는 당장 트럼프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비민주적 행태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민주주의 제도와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오래된 현실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의 민주주의 붕괴 사례

‘행정부 최고위직의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나라로 브라질이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 제기, 사우디 명품 보석 횡령 및 밀수 등 다양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그중 가장 심각한 혐의는 쿠데타 모의 및 민주주의 파괴 혐의였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군부 핵심 인사들과 모의해 대법관 체포와 비상사태 선포 등을 모의·조직한 혐의, 2023년 1월 8일 브라질 연방의회·대법원·대통령 관저 습격 사건 배후 선동 혐의, 전직 국방부 장관 및 고위 군장성들과 함께 비밀작전팀을 구성한 무장 범죄단체 조직 및 가담 혐의 등이었다.

2025년 9월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관련 혐의를 인정해 27년 3개월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재판 경과로만 보면 브라질 법원은 보우소나루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책임을 물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브라질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수감 중인 보우소나루의 세 아들이 전면에 나서 ‘보우소나루 어게인’을 주도하고 있고, 여론조사 상 25% 내외 유권자들이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2026년 10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삼남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정부와 소통하며 브라질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차남은 SNS 여론전을 진두지휘하며 ‘보우소나루 어게인’을 선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브라질 법원의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고, 룰라정부에 관세인상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강도는 약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12.3 내란’ 재판에 대해서도 한-미 정상회담 전 개인 SNS를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정부의 미국 민주주의 파괴 및 세계 각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국제적 조건, 주요 민주주의 국가 내부에 빈번한 민주주의 시스템 오작동과 상호 전염효과-부정선거 음모론, 권위주의 통치자의 ‘어게인’ 운동 등-속에서, 내란 이후 한국 민주주의 향방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친위쿠데타 이겨낸 강한 민주주의 모델

세계 권위주의와 쿠데타 연구자인 존 조셉 친(John Joseph Chin)과 조 라이트(Joe Wright) 교수에 의하면 1946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친위쿠데타(self-coups)’ 시도는 총 46회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80%가 성공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2020년 대선 패배 후 트럼프, 2022년 대선 패배 후 보우소나루, 2024년 윤석열의 시도는 실패 사례에 포함되었다. 이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도는 성공했다는 얘기다.

친위쿠데타는 집권 기간 의회의 견제를 정당한 헌법적 작동이 아니라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할 때 집권세력이 집권 기간 저지른 범죄 때문에 퇴임 이후 단죄받을 것을 두려워할 때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1946년 이후 2024년까지 80여년에 이르는 기간에 발생한 친위쿠데타 총 46건 중 37%인 17건이 2016년 이후 최근 8년에 집중되었다. 의회의 견제를 폭력으로 피하고 싶거나 퇴임 후 단죄의 두려움을 가진 권력자는 2016년 이전에도 비슷하게 분포했을 것이다.

2016년 이후 친위쿠데타 시도가 빈발한다는 것은 이전보다 친위쿠데타가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혹은 친위쿠데타를 억눌렀던 민주주의의 힘, 제도적 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의미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12.3 내란’은 발발했고, 내란의 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에 의한 친위쿠데타 진압이 이루어졌으며, 이제 법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하기가 훨씬 어려운 친위쿠데타를 진압한 정치인과 시민들이 있는 나라에서, 법원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 대해 세계가 궁금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트럼프는 특검의 중대범죄 기소 이후 부활했고 보우소나루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어게인’을 꿈꾸는 중이며 한국에서도 ‘윤 어게인’ 구호는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이제 겨우 1심이다. 내란 재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민주정치의 효능감을 올리는 것이 친위쿠데타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또 다른 친위쿠데타 시도를 막아내는 근본적인 방법일 것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