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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 3특, ‘개천 용’ 전설 살릴 수 있나

2026-02-20 13:00:02 게재

설 연휴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움직였다. 귀성·귀경 또는 해외여행을 합친 이동인구는 2800만명(국토교통부 추산). 전철을 타도, 시내 어디를 가도 여유로웠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5년 말 현재 5168만 명이다. 서울은 930만명(18%), 경기도는 1370만명(26.5%), 인천은 300만명(5.8%)이다. 빅3 인구는 2600만명, 전체의 50.3%다.

명절 직후의 일상은 다시 ‘복잡’이다. 직장인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이라도 ‘러시아워 지하철’을 경험해 보시라. 말로만 떠드는 국가균형성장이, 지역 살리기가, 수도권 집중완화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균형 성장전략을 주창한다. 5극 3특은 사실 용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극(極)과 특(特)의 한자를 모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충청권(충남북·세종·대전), 호남권(광주·전남)으로 묶고, 제주·강원·전북 3곳에 특별자치도 자치 권한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5극 3특은 핫 이슈다. 정치권은 충남대전·전남광주·대구경북 행정통합 이슈를 설 밥상에 올렸다. 5극 3특과 행정통합이 헷갈린다. 나라를 고루 발전시키겠다는 게 진심인지, 정치적 셈법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연간 출생아 54%는 수도권이 고향

국가균형성장의 요체는 건강한 인구지도다. 인구는 곧 지역의 힘이다. 사람이 있어야 동네가 살아 숨 쉰다. 행정안전부가 올 1월 발표한 인구 통계를 보자. 2025년 전국의 출생아 수는 25만8242명이다. 2024년 대비 6.56%가 증가한 수치다. 궁금해서 국가통계포털(KOSIS)을 찾아보니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월별 출생아 수는 9월까지만 나와 있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출생아 수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9월 전국의 출생아 수는 19만1040명이다. 이중 서울·경기·인천은 10만3986명으로 54.4%였다. 현재 수도권 인구 비중 50.3%보다 4.1%p 높다. 경기도 출생아 수는 5만7311명(30%), 서울은 3만4213명(18%), 인천은 1만2462명(6.5%)이다. 수도권(54.4%)과 영남(21.6%)을 합친 출생아 수는 76%다. 쏠림이 극심하다. 충청(11.5%)과 호남(8.8%)에선 아기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걸 숫자는 말한다.

관건은 이 숫자를 어떻게 건강하게 분산하느냐다. 지역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교육·문화·의료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니 젊은이가 매력을 못 느낀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그 개천들이 다 말라붙고 아예 복개됐으니 용 될 인재가 살지 못한다. 일부 베이비붐 세대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개천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은 고향의 개천을 욕보이는 행위다.

설 연휴에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고향 발전을 외쳤다. 한데 지역균형발전은 ‘표(票)퓰리즘’ 헛구호에 그쳤고, 수도권 인구 블랙홀은 갈수록 심화했다. 정부 청사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고도 인구 분산은 헛바퀴였다. 정부는 장거리 출퇴근하는 공직자를 배려해 국민 세금으로 전세 통근버스까지 내줬다. 그 버스에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세우는 국토부 공무원도, 교육발전특구 정책을 자랑하는 교육부 공무원도 타고 있다.

인구분산·행정통합, 정치 셈법 없어야 성공

설 연휴의 대한민국은 미래 인구 지도의 거울이었다. 찾게 만들고, 살고 싶고, 가고 싶고, 일자리가 많은 거울의 환영이었다. 이제는 국민 몫이다. 서울 강남에 살며 금배지 단 정치인,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당의 ‘가면’에 속아서는 안된다. 단순하게 가정해 보자. 2025년 출생아 25만8242명 중 14만명의 고향은 서울·경기·인천이다. 이들 중 과연 몇이나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살려고 할까. 반대로 충청 이남의 12만 명 중 과연 몇이나 고향에 정착할까. 수도권 집중이 지금보다 심화하는 ‘블랙 거울’을 정치권은 고민이나 해 본 걸까.

2026년 2월, 닷새 간의 명절 연휴 풍경이 20년 뒤의 데자뷔가 돼서는 안 된다. 5극 3특, 정치공학적 셈법을 버려야 가능하다. 정치의 틀을 벗어나라!(Out of the Politics Box!). 그래야 지역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