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경찰이 ‘민생치안’에 집중하려면

2026-02-20 13:00:01 게재

2012년 여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새누리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의 비위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집권세력 주류 정치인을 검찰 아닌 경찰이 겨냥했다는 사실은 화제였다. 그러나 피의자는 약 5개월간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한 차례 ‘기습 출두’를 끝으로 수사망을 벗어났다. 당시 수사팀은 혐의 입증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해야 했다.

검찰이 주요 사건을 독점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경찰은 상전벽해를 느끼게 한다.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가운데 ‘권력형 사건’들로 문전성시다.

그런데 경찰은 유독 권력과 맞닿은 지점에서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곤 했다. 최근에는 각종 비위의혹을 받는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 출석요구가 오래 걸렸다는 점이,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의혹 수사 초기에는 증거 및 관련자 신병 확보 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봐주기’ 논란을 낳았다. 반대로 지난해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던 양평군청 사무관의 사망 때는 경찰 소속 수사팀의 ‘과잉 수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의 공정성 시비 뒤엔 인사권·독립성 문제가 따랐다. 승진·보직이 ‘임명권자’의 정무적 판단에 오롯이 달린 구조에서 권력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19일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내려진 징역형 선고는 경찰 인사권 종속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경찰 지휘권이 권력에 전용될 위험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씁쓸한 처지는 이번 정부에서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 정권이 만든 경찰국을 폐지했다곤 하지만 총경급 이상에 대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은 여전하다. 대통령에 집중된 의사 결정 구조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의 날 “민생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생 경찰의 전제 조건은 신뢰다. 신뢰는 개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인사 제청권을 ‘독립된 합의제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의미 있게 들리는 이유다.

10월 중수청 출범도 지켜볼 일이다. 중대 범죄 사건 상당수는 중수청이 맡고, 경찰은 민생 보호라는 본령에 더 집중하는 역할 재정립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설날 서울 주택가를 순찰하던 경찰관들이 골목에 쓰러져 있던 임신부를 발견해 구조했다는 소식은 작은 울림을 준다. 연휴기간 폭력·강도·절도 등 8000명 가까운 범죄 피의자를 검거했다는 활약도 든든하다. 경찰이 권력에 취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시민 곁을 지켜서 칭찬받는 날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재걸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