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디지털 자원순환에 눈 돌릴 때다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여러 주장과 의견을 증명하는 수치가 있다. 한국인의 경우 올해 8월 말 기준 챗GPT 앱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2031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월의 407만명 대비 5배 증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인공지능 이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조사기관인 옴디아(Omdia, 2025년 5월)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2025년 11월)는 향후 10년 간 전세계 AI 트래픽과 AI 인프라 투자 모두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인프라 급증에 폐기물 리스크도 커져
이 같은 폭발적인 인프라 투자 증가는 다른 한편으로 두가지 큰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에너지와 폐기물이다. 에너지의 경우 정부는 전력소비가 많은 수도권과 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한 서•남해안 지역을 잇는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 연한이 지나서 폐기를 해야 하는 통신망 설비,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 장비의 사용후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정책은 변화가 없다.
정보통신산업은 글로벌 광물전쟁의 중심에 있는 희토류 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인듐 게르마늄 갈륨의 80%, 주석 네오디움 탄탈럼 안티모니의 20~40%를 사용한다. 또한 전자기기 성능을 극대화하는 금 은 팔라듐과 같은 희소금속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폐장비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재활용 소재를 회수한다면 이들은 국가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는 귀한 자원으로 되돌아온다.
2023년 국내 이통3사와 153개 데이터센터는 약 1만4000톤의 폐장비를 배출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핵심광물(33종) 약 4252톤과 금 840kg 등의 재자원화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 재자원화를 통해 감축 가능한 탄소배출 또한 약 10만tCO₂에 해당된다. 금 840㎏은 휴대폰 24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며 금액으로도 1400억원이 넘는 양이다. 그리고 탄소 10만tCO₂는 1500만 그루 나무가 연간 정화시켜야 하는 탄소량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처럼 재활용 가치와 필요성이 큰 디지털 폐장비가 국내에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처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사와 데이터센터는 폐장비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재활용업체에 매각하고 있으며, 매각과 동시에 재활용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재활용업체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 제련사와 무역업체 등에 1차 처리된 폐기물을 수출한다.
한편 국내 제련사는 해외에서 폐장비를 수입하고 관세 환급을 위해 제련한 금속을 전량 해외로 판매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는 국내에서 재활용 소재를 확보하지 못해 해외에서 재활용 인증 금속을 수입•활용해 친환경 인증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폐장비 재활용 생태계 마련해야
희소자원 의존성 감소, 국내 재활용 경쟁력 강화, 폐디지털 장비 내의 정보데이터 완전 제거를 위해서 정부와 국회는 시급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자원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처리한 폐장비를 국내 제련•제조업체와 거래하는 우수기업이 생태계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과 시장 생태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개발 지원과 실증사업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 감소와 자연 생태계 보호의 근본적인 일을 제대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 자원순환 선진국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