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테슬라 FSD와 현대자동차의 선택

2025-12-18 13:00:03 게재

2025년 11월 말은 역사속에서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테슬라와 GM의 자율주행 차량이 연간 5만대 수준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의미로 ‘감독형 반자율주행’이라고 제조사들이 이름을 붙이는데, 기술적 의미는 이미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수준이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미국 중국에서는 운전자가 아예 없는 로봇택시 서비스가 도심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책임 공방은 제도적 문제일 뿐이지 기술적 준비 상황은 로봇택시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한국 자동차기업의 기술개발이 늦어진 이유

테슬라 수준의 기술개발을 위해서 ‘현대차는 대략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일각에서 테슬라의 카메라만을 사용하는 기술 대비 현대차의 라이다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같이 쓰는 전략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로봇택시 서비스 중에서는 구글 웨이모처럼 라이다를 함께 쓰는 차량도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엔비디아에서 현대자동차와 미래기술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현대자동차는 테슬라 대비 두 가지가 가장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자동차 기업의 전통적 개발 과정을 혁신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는 것이다. 자동차는 신차 개발에 대략 5년의 시간을 사용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내부 테스트가 기능별 그리고 전체 차량 레벨로 진행된다. 5년의 개발 과정을 기능별로 담당할 수많은 내부 조직이 있고 그 인력이 수만명 수준이다. 이 수많은 팀들은 개발 과정의 좋은 조력자이지만 때때로 방해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내부조직에 대한 강력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많은 팀들이 조력자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내부적인 치열한 논의와 방안을 만들고 계속 조직에 대한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전통적 자동차 회사는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 제어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차량에서 시작하고, 차량에 국한하는 관점이 크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 개발의 시작은 AI 슈퍼컴퓨터이고 그 위에서 데이터 수집, 처리, 훈련이 진행되는 것은 이제 상식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10여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전통의 자동차 업계와 대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그들은 차량 제어를 조금만 더 정교하게 잘하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부분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많았다.

2024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엔비디아의 협력을 데이터센터 레벨에서 진행하는 방향은 그나마 고무적인 전략 방향 수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꼭 강조하고 싶은 방향은 AI 데이터센터와 전통적 차량 제어가 각각 따로 돌아가고 일정 수준에서 통합하는 방향성은 또 다른 실패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늦은 상용화 만회하는 최선의 방법은 ‘개방형 혁신’

차량에서 데이터 수집, AI 슈퍼컴에서 훈련한 후 개발된 AI 모델을 차량 제어기에 탑재하는 방식은 이미 전통적 방식이다. 차량 제어기를 AI 슈퍼컴에 넣고 그 슈퍼컴 안에서 차량이 구동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현대차가 늦어진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개발 과정을 내부 외부 리소스의 경쟁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전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플랫폼을 공개하고 내부 외부 경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뒤쳐진 시간을 만회할 것이다. 상용화가 늦었을 때 만회하는 최선의 방법은 ‘개방형 혁신’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선례가 증명했다.

차정훈 전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