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년 된 실거래가 제자리 찾아주자
2026년 1월 1일이면 실거래가 신고가 제도화된 지 20년이 된다. 실거래가는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에서 조정을 거친 실제 거래가격이기 때문에 팔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부르는 ‘호가’와 차이가 있다.
노무현정부는 ‘호가’에 의해 시장과 정책이 좌우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6년 매매 시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했다. 실거래가 등기부등본 기재와 자료공개도 시작했다. 2025년 10월까지 19년 10개월, 즉 238개월치의 실거래가 자료가 축적돼 있다.
호가가 시장을 좌우하는 문제 여전히 해결 안돼
이명박정부는 2010년 6월 발표한 ‘부동산통계 선진화 방안’에서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작성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규로 주간단위 KAB지수(한국감정원, 현 한국부동산원)를 개발해 국가 통계승인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규통계는 개발하지 않았고 통계작성 기관만 KB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변경했다.
통계를 이관한 KB국민은행도 동향조사를 유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사대상 가격이 실거래가인지 호가인지가 불분명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결과를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이 동시에 공표하게 되면서 호가가 시장을 좌우하는 문제는 20년이 다 돼 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5년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거래량과 가격 모두 월별로 변동 주기가 짧고 변동폭이 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월에는 12억7261만원이었다. 서울시가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에 지정돼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전후인 2월에는 14억8295만원으로 단숨에 역대 최고점으로 상승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용산구 전역으로 확대 재지정한 후인 4월 11억1390만원으로 크게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했고, 6.27 대책 발표 후인 8월 10억5543만원까지 하락했다. 10.15 대책 발표 전후인 9월 12억1138만원, 10월 12억6084만원으로 다시 상승세가 나타났다.
11월은 아직 신고기한이 도래하지 않아 확정치가 아니지만 10~11월 서울 25개 구 중 23개 구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다시 하락했다. 용산구 서초구 등 일부 구에서는 11월 매매가가 1, 2월과 유사해지거나 그보다도 크게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지수로 본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완전히 딴 판이다. 실거래가처럼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지 않고, 변화폭도 작다. 2025년 1월 6일 기준 지수가 98.99, 12월 15일 기준 지수가 107.16으로 대세 상승을 이어갔다. 주간 상승률이 0.00%였던 1월 세 주를 제외하면 단 한 주도 하락하지 않고 매 주 상승에 상승을 거듭했다.
실거래가 기반의 정확한 통계로 정책 수립해야
이재명정부는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거래가와 주간동향조사 결과가 이렇게 다른데 어떤 수치를 보고 있고 어떤 수치에 기반해서 대책을 내는지 모르겠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강남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하루에도 수천만원 상승하는데 매주 10만원, 100만원 단위의 저울로 아파트 매매가를 거의 실시간으로 재는 주간동향조사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실거래가 기반의 지수를 제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조사 기반의 지수를 제출하고 있다. 새해에는 호가 위주의 주간동향조사가 시장과 정책을 좌우하는 20년 된 장기미제를 꼭 해결하고 실거래가 기반의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자. 정확한 통계에 기반해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