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경제, 낙관할 수 없는 이유들

2025-12-24 13:00:01 게재

국내외 주요 경제 예측기관들이 제시한 2026년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2.1% 수준에 모여 있다. 잠재성장률 추정치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 되면 국내 경제는 올해의 침체에 가까운 성장에서 벗어나 내년에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셈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 2% 내외는 타당한 수치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며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을 견인하고 있고,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대미투자와 함께 위상이 높아질 조선업의 수출과 수주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확장적 예산편성이 내수경기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내년에 정상 성장궤도 복귀 가능성 있지만 여러 위험 도사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한국은행 목표치인 2% 근방에서 안정되며, 잠재성장률 달성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환율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있지만 50달러 대에 머물고 있는 유가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의 완만한 둔화를 감안할 때 국내 물가 상승압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물가가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준금리 역시 현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으로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여러 위험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별 규모별 경기 양극화 문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즉 성장률이 2%를 기록해도 그 성과가 경제 전반이 아닌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고,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일부 수출 대기업과 비주력 산업 내 중소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소상공인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리고 한계기업의 부실과 이로 인한 가계소득 정체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부 소비지표 개선은 정책효과와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고, 실제 국내 내수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누적적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중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가계 대출금리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기의 온도차도 심하다. 지역 공동화 문제가 내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전히 GDP 대비 90%대에 머물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자산 구조도 내수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팔고 현금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자산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환경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관세전쟁은 어느 정도 안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관세전쟁이 미중 전략경쟁의 한 양태일 뿐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고환율 고물가 가계부채에 가속되는 정부부채 등 경계심 유지해야

통화와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도 줄일 필요가 있다. 2026년 중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이는 경기회복을 가속하는 수단이라기보다 하강속도를 늦추는 장치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는 어느 순간부터 가계부채 관리와 환율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정책 역시 이미 확장 예산이 편성된 가운데, 빠른 속도의 정부부채 비율 증가 속도에 대한 경고가 나온 상태다.

내년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은 반도체 산업 호황의 지속, 내수의 연착륙, 지정학적 안정이라는 여러 전제가 동시에 충족될 때에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2026년은 회복을 기대해도 좋은 동시에 경계심을 유지해야 할, 여러모로 주의가 필요한 해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