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약물 부작용 개선

75세 이상 64.2%가 5개 이상 약물 복용

2025-12-26 13:00:02 게재

약물 부작용으로 62% 추가로 병원 찾아 … OECD 평균 웃도는 다제약물 관리 시급

주치의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의 약물 부작용은 초고령사회의 해결 과제 중 하나다. 노인은 대개 자신의 신체 이상을 노화과정에서 생기는 신체 변화인지, 만성질환에 의한 병적 증상인지, 아니면 복용하는 약물의 부작용 탓인지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약물 부작용 문제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질환을 온전히 치료 관리하기 어렵게 된다. 심신 상태 변화가 병 때문인지, 약물 부작용 때문인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매우 중요해진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83.8%가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5종류 이상 처방약을 복용하는 비율은 65~69세 2.2%, 70~74세 4.7%, 75~79세 7.1%, 80~84세 8.7%, 85~89세 8.9%, 90세 이상은 8.1%였다. 공적으로 다제약물관리사업, 통합돌봄선도사업 등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중복 약물 등 조정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이라는 것은 제도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적다는 의미다. 초고령사회에서 약물 부작용을 줄이고 적절한 약물 사용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원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대안 제시를 살펴본다.

노인에게 발생하는 의약물 부작용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젊은 사람에 비해 노인에서 약물 부작용이 약 2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의료패널조사에서는 2023년 19세 이상 성인의 1.97%가 의약품 부작용을 경험했고 이를 생애주기별로 나누면 19~64세 2.07%, 65~74세 전기노인의 1.73%, 75세 이상 후기 노인은 1.56%로 노인층에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노인의 의약품 부작용 관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노인의 의약품 부작용 경험률이 19~64세 성인보다 낮아 노인에게 의약품 부작용이 충분히 인지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노인은 신장의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등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로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고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복합만성질환으로 다약제 복용률이 높다.

의약품 부작용이 노인이 앓는 다른 질병의 증상 또는 노화로 인한 증상과 혼동될 수 있다. 노인의 건강문제가 의약품의 부작용일 경우 해당 의약품 복용을 중단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의약품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의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해진다. 노인이 겪는 건강문제가 의약품 부작용일 가능성은 없는지 의사 간호사 약사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 의약품 부작용 보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인지되지 않은 부작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노인 등 취약계층의 부작용 발생에 관한 자료를 개발하고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효과를 내는 약물을 복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노인의 경우 여러 약물을 많이 복용하고 있어 국가적 관리 대상이 된다. 사진은 건보공단 다제먁물관리사업 시행 장면. 사진 건보공단 제공

◆75세 이상 노인, 약물 부작용 스스로 조치 = 의약품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 중 52.0%가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문의한 후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18.7%는 의약품을 복용하는 등 스스로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부작용이 나타나면 증상이 없어진 이후에도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또는 조제한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노인은 의사 또는 약사에게 부작용에 관해 문의한 후 조치(각각 59.5%, 8.1%)를 취하는 비율과 스스로 부작용에 대해 조치(21.6%)하는 비율이 높다.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 부작용 증상이 어떠한지,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환자에게 교육하고 환자가 방문했을 때 처방-조제 받은 의약품에 대해 환자가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조치하였는지 묻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의약품 부작용 발생 데이터가 축적돼야 정부에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통한 의약품 부작용 보고에도 의료진이 참여한다.

하지만 2023년 국내 의약품 등의 이상사례 보고에서 의료전문가를 통한 보고건수가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과 약사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를 독려해야 한다. 환자도 의약품 부작용이 있는 경우 스스로 조치했을지라도 의료진과 약사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하다.

의약품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의 62%는 의약품 부작용이 생겨 의료 이용으로 이어졌다. 특히 후기 노인에서는 73%가 의약품 부작용으로 외래를 방문해 19~64세 성인의 37.2%, 65~74세 전기노인의 48.6%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입원 혹은 입원기간이 연장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따라서 의약품 부작용이 건강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의료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의약품 부작용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노인, 약물 부작용 인지 못한 채 불편 감수 =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환자의 다제병용처방률은 2021년 기준 6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0.1%보다 높다. 다제병용처방률은 약효가 다른 약물 5개 이상을 만성적으로 처방받는 환자 수를 말한다.

부작용은 의약품 자체의 특성이나 환자의 체질로 인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의약품을 오남용하거나 의약품 간 상호작용,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약품의 중복 복용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의료패널조사 자료 분석결과 주요만성질환이 없거나 1개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에 비해 복합만성질환자에서 의약품 부작용 경험률이 높았다.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의약품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치의가 없고 앓는 질병마다 서로 다른 의사를 방문하는 현재 국내 의료이용행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복합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초고령사회에서 의약품 부작용 발생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연세대 약대 객원교수는 “다제약물관리사업 자문약사로서 지난 7년간 10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만성질환 어르신을 직접 방문하며 상담과 중재를 수행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변비, 입마름, 시야 흐림, 이유 없는 멍, 어지러움, 발목 부종과 같은 증상을 약물 이상반응이 아니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부작용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불편을 감내하는 사례를 자주 접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어르신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약사가 발견한 문제와 중재가 현장에서 ‘권고’에 그치지 않고, 의사의 처방 조정과 필요 시 한의사의 협조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통합돌봄이 내년 3월 본격 시행되는 시점에서, 직역 간 벽을 낮추고 다학제가 협력하는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약물 관련 위해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다제약품관리사업을, 지방정부를 통해 통합돌봄선도사업을 통해 다수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전체적인 의약품 사용을 검토하고 중복 약물 등을 조정하는 시범사업을 수행해 왔다.

박 연구위원은 “올바른 의약품 사용에 대한 대국민 교육부터 노인 등 취약계층의 약물 부작용에 대한 인식제고, 부작용 모니터링 및 대응체계, 다제약물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제도를 연계,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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